밤 한 톨


아버지는 금식 중이었다

나, 저 밤 한 톨만 다오

호스피스(hospice) 병실의 누군가 건네준 삶은 밤을
아버지는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비닐봉지에 담긴 밤은 따뜻했다

의사가 아무것도 먹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아버지는 다음날 새벽에 눈을 감으셨다
그까짓 의사 말이 뭐라고
노란 밤 한 톨을

바람이 삐딱하게 걷는다
지 성질을 못 이겨
어느 산기슭의 밤나무를
후들겨 팰 때
늦여름의 밤 한 톨
가만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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