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언니, 나 요새 잠을 잘 못 자 잠을 자다 깨다 그래
잠을 못 자니까 몸도 피곤하고 기억력도 엉망이야
주말에 집에서 반찬을 만드는데, 반찬 만들어 놓고
뚜껑을 닫는다며 접시를 덮어놓았지 뭐야
회사에서도 회의하다가 졸기도 하고
뭐랄까, 정신이 멍해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작년에 정리해고로 사람들 많이 내보냈잖아
이제 정년(停年)까지 일하는 건 불가능해
나이든 사람은 알아서 나가줘야 하는 분위기지
나도 언제 나가라는 말 들을지 몰라
눈칫밥 먹는 뒷방 늙은이 같은 기분
얼마 전에는 꿈을 꿨어
엄마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건너편 건물이 보였어
거긴 너무나도 칙칙한 회색의 건물이었는데
엄마와 내가 거기에 가야만 하는 거야
건물 안에 들어가니까 계단이 다 허물어지고
물이 뚝뚝 새는 그런 곳이었어
엄마는 붙잡고 있는 내 손을 뿌리치려 하고
언니, 졸음이 쏟아져 이렇게 자도 한두 시간 있다
깨겠지만 그래도 자둬야지 내일 일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