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


길어진 그림자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미쳐 날뛰는 아이처럼
내 마음 내버려두었지

그림자가 끝나는 곳
너는 여전히 고운 웃음을
흘리며 소름이 돋는
어떤 그리움을 말하겠지

빽빽한 바늘의 숲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태양은 뜨겁고
늙은 흰색의 개는
비척거리며 걷지
죽음을 기다리며

느리게 변주되는
안온한 너의 세계
일상은 조용히 부패하지
행복은 검은 물처럼 흘러나와

부정맥의 혈관을 타고
그리움은 서서히 짧아져
그림자가 죽어야 할 시간

이제, 겨울의 심장을 향해
천천히 울음을 참으며
하지(夏至)의 행진을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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