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화분(花盆)


해마다 여름이면
집 앞 공터에 나타나는
화분 하나가 있다
연갈색 토기의 길다란
이 화분에는 이름 모를
풀때기가 자란다

방울토마토도
오이도 가지도
아닌 비쩍 마른
녹색의 식물은
가을이 되면
시들어 버린다
그리고 화분은
사라진다

무익함과 볼품없음
열매를 남기지 못하는
모든 것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내 생각엔 그래
인생이란 말이야
자기 씨앗 하나
남기는 거야

늙은 소설가 선생님은
인생의 의미를
그렇게 말해주었다

평생 가정에 안주하지
못하고 떠돌았던 그는
자식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했다

그가 쓴 소설과 시가
뙤약볕에 외롭게 누워있다
가느다란 숨을 내쉬며
이상한 화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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