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黑白)의 세계
남자는 제법
날렵한 체격으로
경쾌한 걸음걸이
중세의 궁수처럼
등 뒤에는 배드민턴
라켓 두 개가 삐죽
탈모가 진행되는 머리
중년의 나이에는
생기라는 것이 없다
그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여자는 자신의 나이를
패션으로 감추지 않는다
재킷의 벨트는 충만한
뱃살과 함께 춤춘다
화단의 회양목 잎사귀들을
좌르르 훑으며 걷는다
어리고 푸른 것들에게는
젊음의 가시가 있고
돋아나는 향기가 있다
갈라지는 풍경
흑백의 세계
미친듯이 뿜어져 나오는
나의 흰머리와
자꾸만 가려운 왼쪽
눈가에 가만히 잠든
검버섯을 만져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