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서너 살, 어린 것들은
돌을 던지며 놀이터
비둘기를 내어 쫓는다
혼이 빠져버린 것들
아파트 4층 부엌 창문
아래 앉아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쉰다, 후우

그 건너편 두목(頭木)이
잘린 나무, 어영부영
봄의 가지가 느릿느릿
완보동물(緩步動物)처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악다구니를 쓰는
계집애들, 키 작은 에미와
한데 엉키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너무 즐거워

소나무, 바람의 숨결을
붙잡고 드잡이질하며
토해내는 누런 비로도
실밥 같은 가루들

시시하고 어리석고
설익은 모든 것들
가거라, 늦봄
눅눅하게 데워진
밤공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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