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文才)
자신의 불행을
한탄하는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 잠이
덜 깬 아침 7시,
안구건조증으로
말라비틀어진 눈이
번쩍 떠지고 연민은
기묘한 시기심으로
변한다 그랬다
그에게는 문재(文才)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불운을 위로하면서
뛰어난 글솜씨를 칭찬
했다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그에게
글쓰기가 인생의
출구가 되어줄 것처럼
보였다 글재주가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글로써 사람을
즐겁게 질질 끌고
가는 재주인가 그것은
타고나는 것인가
오래전 아버지가 남긴
족보를 들여다보다
몰락한 문인 집안의
역사를 읽어내었다
한양에서 변방 시골로
낙향한 조상 선비님은
그저 농사짓고
시를 쓰고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모양이다 평생 아버지는
당신의 소설을 쓰고
싶어했으나 글 한 자
남기지 못했다 가끔
내가 물려받은 문재를
생각한다 동생들은
글자가 아닌 물건을
팔고 있다 팔지 못할
글을 참으로 질기게도
붙잡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