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시인의 학익진(鶴翼陣)


내게는 30명의 독자가
있다 못 쓴 시나 잘 쓴 시나
어쨌든 읽는 독자들 나는
12척의 전함으로 적군에
맞섰던 이순신 장군님을
우러러 생각한다 충무공은
구국의 결단으로 이 나라를
구해내셨다 하지만 쉬운 시를
쓰는 무명의 시인은 30명의
독자와 함께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모른다 자신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월 1만 원의 구독료로 매일
글을 쓴 젊은 작가가 있었다
구독자들을 어찌어찌 모아
쥐어짜 내고 쥐어짜 내어 글을
써서 작가는 빚을 다 갚았다고
한다 글로써 밥벌이를 해야하는
글쟁이의 자본주의적 생존기는
나에게 기묘한 이질감을 준다
내가 30명의 독자에게 매달
1만 원의 구독료를 받고 매일
시를 쓰겠다고 하면 어떠한가
피를 팔아서 빵을 사는 매혈의
심정으로 시를 팔아서 나는
무엇을 사 먹을 것인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문학의
자본주의는 독자의 숫자를
돈으로 환산한다 돈이 되지
않는 글은 죽은 문학이며
무익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30명의 독자는 무명 시인이
닳아빠진 자본주의적 문학에
대항하는 비장한 학익진(鶴翼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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