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을 썰다


냉장고에서 한 달
묵은 당근을
꺼낸다 대가리에
조금 싹이 난 것
빼고는 당근은
아주 멀쩡하다

흰색 플라스틱
도마는 옅은
주홍 물이 드는데
어라,
얘 바람들었어

가운데 심지가
숭숭 뚫린 당근을
보며 생각한다
바람난 배우자와
산다면

내다 버릴까
아니야, 어차피
카레에 들어가면
당근은 그냥
당근일 뿐
가스불에 뭉근히
시간이 약이지

길고 반듯하게
썰어서 샐러드
통에 담아둔
바람든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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