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필 때


그대를 만난 봄을
기억한다 벚꽃이
피어날 때

수줍게 웃으며
조곤조곤한 말투로
오손 웰스와
하워드 혹스를
이야기했지

영화가 우리의
뇌수를 타고
흐르며
그것이 중독인지도
모르고

너무 오래 앓았어
빈곤과 잊혀짐
누군가 그대의
글을 아직도
읽고 있을까

언젠가 지구는
형편없이 쪼그라든
백색왜성의 태양에게
잡아먹힌다는군

어차피 우리의 글은
살아남지 못해
그래도 봄바람에
미친 머리카락
춤추는 벚꽃잎을
좀 봐봐 모든
사라지는 것들

벚꽃 나무 그늘
아래 그대의
마지막 숨결을
더듬어 기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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