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비


직박구리 새끼들은
벚꽃잎을 쥐어뜯는다
그게 단맛이 나는지

검은 얼룩무늬의
고양이는 천천히
빗속을 팔자 좋게
뱃살이 늘어졌구나

젊은 시절에
풍을 맞아
왼쪽이 마비된
여자는 늘 걷는다
비 오는 날에도

나이 들기 전에
결혼은 꼭 해야 해
여자가 누군가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여자에게는
남편과 아이가 있다
그래서 행복한가
물어본 적은 없다

우비를 쓴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창
장사 중이다
자폐증을 앓는
중학생 아들
엄마를 보며
맑게 웃는

개나리는 아무리
봐도 볼품없어
목련은 금세
스러지지
가여운 모든
봄날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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