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야


매일 머리를 감는데도
머리가 가려워
어디서 들으니
그건 머리가 빠지려고
그런 거래

온몸이 중력을 느껴
피부도 잇몸도 땅을
향해 천천히 늘어지지
늘어진 게 편한 건
옷뿐이야

주말 저녁에는
여행 프로그램을
틀어놔
거길 가보고 싶지 않아
그걸로 충분해
아픈 몸은 진통제에
절여졌지

구멍 난 흰색 양말을
초록색 실로 꿰매었어
흰색 실은 오래전부터
없었거든 반짇고리엔
검은색 실과
초록색 실만

초록색으로 꿰맨 양말을
신고 천천히 걸어봐
놀이터에서 소리를
지르는 계집애들
저린 왼쪽 팔로
불안이 타올라
봄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