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야
매일 머리를 감는데도
머리가 가려워
어디서 들으니
그건 머리가 빠지려고
그런 거래
온몸이 중력을 느껴
피부도 잇몸도 땅을
향해 천천히 늘어지지
늘어진 게 편한 건
옷뿐이야
주말 저녁에는
여행 프로그램을
틀어놔
거길 가보고 싶지 않아
그걸로 충분해
아픈 몸은 진통제에
절여졌지
구멍 난 흰색 양말을
초록색 실로 꿰매었어
흰색 실은 오래전부터
없었거든 반짇고리엔
검은색 실과
초록색 실만
초록색으로 꿰맨 양말을
신고 천천히 걸어봐
놀이터에서 소리를
지르는 계집애들
저린 왼쪽 팔로
불안이 타올라
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