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플레이리스트


흘러간 가요를 틀어놓는다
고운 얼굴의 남자 가수는
예정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는 전혀
슬퍼 보이지 않는다
그 가수는 이제
목사가 되었다

빌리 조엘의 노래에 이어
컬처 클럽의 보이 조지가
나온다 마돈나의 얼굴이
다음 동영상에 뜬다
세상에 마돈나의 얼굴이
저리도 빛나다니 저 시절의
마돈나를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뭐니 뭐니 해도 한밤에는
릭 애스틀리가 제격이다
풋풋함과 흥겨움이 섞인
그의 노래들에는
1980년대와 젊음이
박제되어 있다
중년의 애스틀리는
그 노래의 발뒤꿈치에
다가서질 못한다
슬프게도

밤의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한다
가로등 켜는 일을
깜박한 관리소 직원은
숙면 중이다 불빛이
없는 놀이터는 괴물의
입처럼 어둠을 삼킨다

나는 조용히 창문을
닫고 저만치 가는
사랑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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