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은 시


요새 잘 나가는
젊은 시인의
시집을 읽었다

A는
연애시만 줄구장창
가만 생각해 보니
연애시가 잘 팔려서
그런 거 같아
청춘의 독자들은
사랑을 짝사랑하니까

B는
달달한 감성의
국수 기계에서
시를 뽑아내더군

밥벌이의 고뇌
시 창작 교실에
손수 쓴 종이 카드까지
팔고 있어

자본주의 시대에
시인의 삶이란

매대에 글을 걸어놓고
애써 태연하려 하지만
궁핍함은 비참의 강으로
흐르고 무언가 팔 것을
궁리해야 하는
떠돌이 상인

가난이 뇌를 적시고
허영이 심장을 통과할 때
시인은 합격증을
받는다

삐딱하게 눈을 뜨며
똑바르게 걷지 않고
살짝 미친 사람이 되어
노래하자

그래,
오늘도 시를 쓰자
마침표가 없는
좋은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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