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을 줍는 노인


아파트 분리수거장을
순례하는 영감
매일 같은 시간
지팡이 하나 들고
나선다

이 시대의 연금술사는
허비적허비적
지팡이로 연신
들쑤시며
커다란 고철 덩어리
하나 건져낸다

손주 녀석의 과자
영감의 막걸리와 파스
비닐 망태기에서
달그락달그락

그 뒷모습에
슬그머니 조소(嘲笑)를
늘어뜨리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배송된 버섯 상자를
열어 본다

갓이 피고
거뭇거뭇하게 변한
파치(破치)
상 중 하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 떨거지들

high-end와 low-end
천국과 지옥보다도
더 먼 삶의 간극
파치만 사다 먹다
죽을지도

생각보다 괜찮네
파치 버섯 한 상자
주문 버튼을 날렵하게 클릭
고철 더미의 지박령(地縛霊)
눈앞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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