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비


아픈 발을 절뚝이며
집을 나선다
우편함에는
관리비 고지서와
부활 판공성사표가
들어있다

오래된 아파트 관리비는
돈을 먹는 하마
성사표(聖事表)는
집 나간 신앙심을
가냘프게 부르지만
호주머니에 구깃구깃

단지 구석탱이의
매화나무
슬금슬금 느린
도둑처럼 내리는 비
사람들 볼까 몰래
가지 하나를 똑

집에 돌아와
유리 화병에 꽂는데
새끼손톱보다 더 작은
꽃봉오리가 후두둑
가난한 봄을 들여놓는 일은
이토록 모질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