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한 문


5개의 손잡이가 달린
이상한 문이 벽에 딱
붙어있었다

그걸 만든 사람은
작가를 위한 문
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5개의 손잡이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그리하여 세월이 흐른 후
작가를 위한 문에는
단 한 개의 손잡이만
남았을 뿐이었다

건물이 철거되면서
작가를 위한 문은
인정사정없이
뜯겨졌다
부서진 건물 사이를 헤치고
작가는 그 손잡이를 찾아서
들고 나왔다

저 멀리 흐르는 강물에
손잡이를 내어던지니
널따란 그물이 되어
온갖 것들이 걸려들어 온다

한쪽 눈을 잃은 물고기와
낚싯줄에 발이 잘린 거북이
배가 부어오른 복어는
연신 푸른 피를 토해낸다

아무도 너희들을 원하지 않아
마지막으로 내쉬어 보는
숨의 온기는
손잡이에
작가는 그것을 잊지 않고
기록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