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고구마


미쳐버린 물가에
처음으로
한입 고구마를 주문했다
박스를 열어 보니
붉은 동전이
입을 벌리고
나를 반겨준다

먹는 거 버리면
벌 받는다
어떻게든 먹어봐야지
필러로 껍질을 벗기다가
손바닥 껍질이 날아간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한입
고구마가 부엌을 횡단한다

화가 치밀어서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건다
고객님, 그건
한입 고구마입니다
20g에서 50g의 고구마를
가리키죠

자본주의의 냉엄한 현실을
나는 이렇게 깨닫는다
먹는 것에 돈을 아끼려 들면
누구나 돼지 축사의
여물통 신세가 된다

장사꾼은
한입 고구마라는
쓰레기 감성을 입혀
물건을 판다
지 자식 새끼 입에는
들어가지도 않을

어떻게든
한입 고구마를
먹지 않기 위해
경주하는
한입의 인생

그래도 누군가는
먹어야 할
한입의 사료
한입의 모멸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