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를 볶다


검버섯에는
율무가 특효약이라더군
율무를 샀다
깨끗이 씻어서
체에 밭친다
프라이팬에다
볶는다
노릇노릇하게
20분이 지났다
손목이 가출해 버릴 것 같다

프라이팬 손잡이를
잡다가 데었다
왼쪽 두 번째 손가락
젠장, 검버섯을 없애서
뭐에다 쓴다고
늙는 게 부끄러워

어쨌든 마셔본다
율무차 구수한 맛
율무 한 알이 입안에서
우물우물
길을 잃었다

우리 엄마가요
어제 피부과 가서 점을 다 뺐어요
난 그게 많이 우스워요
얼굴의 점을 뺀다고
뭐가 달라져요?

오래전 크로키 수업 시간
옆자리 미대생의 말
그래 나도 우습다고 생각해

가만히 있어도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미끄덩거리는
율무 알갱이들에게
굳은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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