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혼자 사는 윗집 남자는
아침 일찍 배달 음식을
시킨다

아래층에서는
차례를 지내고 있다
머리 아픈 향냄새가
화장실 환풍구로
고요히 올라온다

나,
떡국의 고기를 열심히
건져 먹었어

잔망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던 애는
잘못하면 낙상할 뻔했다
애비는
운이 좋았다며
킬킬거린다

떡국은 안 먹은 지 오래다
생일이 지났다
만 나이를 헤아려 본다
역류하는 기억 속에
청춘은 올라오지 않는다

화투장에 닳아져 버린
녹색 담요와
플리스 재킷은 한 형제였다
흰머리 하나가
화살표처럼
소매 끝에 매달려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