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너의 오랜 시원(始原)은
아마도 불운이었을 게다

날개를 펴면
하늘은 불온함으로 물든다

가끔은
매에게도 쓸데없이
달려드는
병신같은 패기
무법천지의 산적

아따, 저놈의 새 좀 보게
뭔 날개가 저리도 길어
시커먼 죽지는 저승사자 맨치로
목구녕에 피가 나도록 처우는구먼

아스팔트에 흐물흐물
스며드는
혐오와 찬탄

고압 송전선에
두려움 한 방울 없이
오도카니 앉아있는
까마귀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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