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자네는 꿈이 뭔가
평론가요

교수는 알 듯 말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너는 평론가가
평생 직업으로 딱
이라고 생각했다
너 늙어
요양원에 가서도
자판을 두들길 수 있다면

언제고 견고할 것만 같았던
언어의 집은 무너져 내리고
너의 몸과 정신은
시간의 풍화에 바스러지고
평생 백수의 기이한 자긍심은
심해의 열수구에서
아직도 보글거리며 끓고 있다

청춘의 글들이 너덜거리며
거리를 행진할 때
비웃거나 침을 뱉지 말지어다
그래도 한때는
눈부신 미래를 품고 있었으니

작은 심해 상어는
자신의 동족만 알아볼 수 있는
형광 무늬를 반짝거린다

언젠가
평론가의 무덤 앞에서
너의 동족을 향해
푸른 신호를 보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