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에 갔었다
시장 후미진 골목길의 끝
점집과 횟집 가운데
그 미장원이 있다
뒷머리는 짧게 해주세요
바리깡이 지이징
울리는 소리를 듣는데
두 명의 일행이 들어온다
엄마와 딸
딸은 자꾸만
내 옆의 미용실 의자에 앉겠다고
성화다
허연 머리에 마흔은 넘은 딸
엄마는 아기처럼 어른다
자그맣고 늙은 어미 새
마침내 내가 일어난 자리에
여자가 앉는다
엄마는
미용실 원장에게
딸의 머리를 이렇게 해달라고
한참 설명한다
며칠 전 내린 눈이
구정물처럼 흐르는
시장통을 지나간다
오래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야채 가게의 남자는
미쳐버린 뇌수를 쏟아내듯
오만 욕지거리를 퍼붓는다
시장 초입의 순댓국집에서는
늙은 영감이
젊은 베트남 여자에게
철 지난 수작을 걸고 있다
밖은 춥지 않다
비가 잦고 흐린
이상한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