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習作)


정말로 시를 쓰고 싶은 거
맞아?
성의 없는 습작을 읽어줄
독자는 그 어디에도 없어
요새 나온 시집들 좀 읽어보구
치열하게 언어를 탐구하라고

습작을 어떻게 쓰면
성의가 있는 거니?

야, 내가 살아보니까 그래
인생은 그저 운이 8할이야
재능이 있지만
앓다가 굶어 죽은 사람을 알아
걔 나이가 서른 즈음이었지 아마

난 너무 오래 살은 것 같아
이토록 오랜 침묵과
잊혀짐
견뎌내는 것도
단단한 근육이 필요하지

늘어지고 찢어진
그리하여 너덜더덜해진

이명으로 멍해진 오른쪽 귀로
지나간 생이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우우웅
우우울
우울음

속을 헤집으며
말이 마비된 얼굴 신경을 타고
왼쪽 뺨에 흘러내린다

습작이라고 쓰고
수치심이라고 읽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