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소시지


소시지가 너무 맛있다고
마약 소시지라고 쓴 사람을
누군가 고발했다
졸지에
마약 의심 사범이 된 남자는
검찰청 화장실에서
머리카락을 쥐어뜯어야 했다

반드시 54가닥

왜 그러냐고 수사관에게 물어보니
말이 많다고 면박을 줬다는군
뜯어오라면 뜯어올 것이지

생으로 머리카락을 뜯어내며
남자는 마약이라는 말을 쓴
자기 손가락을 똑 분질러 버리고
싶었다

아니 자신을 마약 의심 소지자로
고발한 미친 또라이를
쥐어패 주고 싶었다

그것도 아니다
마약 소시지의 뜻을
알아처먹지 못하는 돌대가리
검찰을
고발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저 54가닥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어서 얌전히 내어놓고
검찰청 정문 앞에서
두부를 사서
으깨어 먹으며
인증 사진을 찍었다

절대로 마약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시오

그걸 본 사람들은
전율에 몸을 떨며
각성했다

그가
마약 대신에
마냥
만냥(萬兩)
망량(魍魎)을 썼다면
어떠했을까

옳거니, 그게 가장 좋겠군

만약 소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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