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옷이 필요한가


평생 비싼 옷은 사본 적이 없다
그래서 비싼 옷을 걸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나는 모른다

Max Mara 코트는 더럽게도 비싸다던데
언젠가 그 코트를 한번 입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은 한다

얼마 전에는 3700원짜리 청바지를
인터넷에서 사보았다
놀랍게도 배송비도 없다

Made in China
2020년도 생산
4년 전에 만든 옷이다
2,500원 배송비를 빼고
판매자는 1,200원을 손에 쥔다
그래도 버리는 것보다는 낫지

저 멀리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
거기엔 Fast fashion이 남긴
거대한 옷 무덤이 있다

지구 밖 위성에서도
알록달록한 사막이
보인다고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옷이 필요한가

파홈은 기름진 땅을 얻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심장이 터져서 죽었다

얼마만큼의 옷을 사면
더 이상 옷을 사지 않을 수 있을까

3700원짜리 바지는
마음에 들지 않아
옷장에 처박아 두었다

아, 진짜 비싼 옷을 입으면 어떤가 하면요
뭐, 좋기야 좋죠

누군가
비싼 옷을 입으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비싼 옷을 사 입을 수 없으니
싸구려 옷만 사다 모으는 것인지도

Fast
Feast
Famine
Fool



*파홈: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 나오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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