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K
최근 들어 벌써 2번이나
K가 꿈에 나왔다
별로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기분 나쁜 꿈
소식 못 들은 지 오래되었지 아마
한 15년쯤
혹시 죽어서 그런 건가 설마
인터넷 검색창에 K의 이름을 써본다
세상에는 동명이인이 참 많다
이리저리 아닐법한 사람을 밀쳐내고
K일 것 같은 사람
마침내 신문 부고 기사 상주 이름에서
K를 찾아냈다
K는 번듯한 직장에 자리 잡고
잘살고 있다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더니
그게 얼마나 웃기는 꿈인지
진작에 깨달은 모양
기회주의자이며
비열하며
의뭉스럽기 짝이 없었던
K
영화 그까짓 거
그게 뭐라고
젊은 날 절절매며
그리 목을 매며
이제는
꿈도 열정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
밥벌이에 지친
흰머리의
K가 2018년의 사진 속에 박제되어 있다
지금은 더 늙었겠지
모니터 너머로
내가 조소하는 건
K가 아닐지도 모른다
역시 기분 나쁜 꿈이었어
문고리 떨어진 화장실
다시는 나타나지 말길
꿈에,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