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참새는 2023년 11월에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박참새의 시집 제목은 '정신머리'이다. 박참새는 욕설과 비어를 쓰는 데에 주저함이 없고, 문자를 이미지로 구현해 내는 기상천외한 발상도 시에 써먹는다. 20대 젊은 여성 시인은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스타 팔로워가 있다. 평론가들은 박참새의 시에 상찬(賞讚)을 쏟아낸다. 새해 벽두부터 신문의 문화면 기사를 장식한 박참새의 인터뷰는 놀랍다 못해 웃음마저 나온다. 깡패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깡패'의 뜻은 독자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무덤에 누워있던 김수영 시인이 놀라서 관짝 뜯고 나오겠네.'
문학 관련 커뮤니티에 누군가 그런 댓글을 썼다. 박참새를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무슨 저게 시야, 저걸 과연 시라고 할 수 있냐... 박참새의 시를 읽은 이들의 혹평과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한국의 시문학계는 너무나도 정체된 나머지, 기괴한 변종 창작자를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자가수혈 하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하는.
박참새 말고 요즘 새롭게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시인도 있다. 예능인 '양세형'이다. 양세형이 쓴 시집 '별의 길'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걸 보고 개탄을 금치 못하는 문학 지망생들도 있다. 누구는 등단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며 시를 쓰는데, 연예인은 다 알아서 책 펴내주는 출판사도 있고 참 팔자 좋다고. 나는 양세형의 시집은 읽지 못했으므로 그 시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결국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일반적으로 시인이 자기 이름을 내건 시집을 내려면 등단해야 하고, 조금씩 청탁을 받아 글을 써서 이름을 알려야 한다. 그런 후에 출판사 편집자의 마음에 들면, 그제야 겨우 어렵게 시집을 펴낼 수 있다. 그런데 양세형에게는 그런 과정이 생략되었다. 이건 불평등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출판사는 팔릴 가능성이 있는 책을 낸다. 그러므로 '양세형'이라는 브랜드를 내건 시집이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팔릴 수 있는 걸 써내는 것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장에 내놓으려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포장지를 둘러야 한다. 우리는 그걸 '브랜드'라고 부른다. 어제 EBS의 '위대한 수업 Great Minds'에는 태양의 서커스 CEO 다니엘 라마르가 나왔다. 라마르는 태양의 서커스가 팬데믹 시기에 파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브랜드'가 가진 힘 때문이라고 했다. '태양의 서커스'라는 브랜드를 신뢰한 투자자들이 돈을 댔고, 그 돈으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박참새의 그 경박스럽고 너절한 시들에 대한 내 평가는 논외로 하고, 이 시인이 내세운 브랜드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이 팔리면 문학도 돈이 되고, 그것이 작가의 브랜드가 된다. 물론 박참새가 그 브랜드의 효용성을 얼마나 유지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한 3년, 어쩌면 그보다 더 길게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양세형의 시집도 대중의 관심사에 부합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그 사실이 시집의 문학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난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참, 세상 불공평하네. 골방에서 죽으라고 글 쓰는 작가 지망생이 백날 이렇게 한탄해 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원래 세상이, 인생이란 것이 그렇게 더럽게 불공평하다. 냉정하게 말하면, 자신이 내세울 '브랜드'가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뭔가로 두를 포장지,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문학계에서는 등단이고, 유력 문인의 추천이고, 인맥이고, 정치력이다. 그런 브랜드도 없는데 누가 생초짜 신인을 알아주느냔 말이다. 브랜드 없는 사람의 글을 기꺼이 펴내 주는 출판사는 없다. 그런 사람의 유일한 대안이라면 자비(自費) 출판이 있기는 하다.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입니까? 누군가 그렇게 나에게 묻는다면 어떨까? 정말이지 할 말이 없다. 나는 평론가도, 작가도 되지 못했다. 그런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구석진 블로그에서 내가 쓰는 글은 그저 끄적거림에 지나지 않는다. 그 끄적거림이 그래도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글로 스며들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오늘도 글을 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