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 딜런(Bob Dylan)이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물론 가창력이 좋아야지만 가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밥 딜런은 노래를 못 부르는, 현대판 음유시인쯤 된다. 나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그 가수는 평생 부른 노래로 노벨상까지 거머쥐었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스스로 가창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밥 딜런은 가수가 되는 걸 포기하려 했다고. 그런데 누가 밥 딜런에게 말했단다. 넌, 너의 노래를 부르면 돼.

  2023년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여러 과의 병원을 성지 순례하듯이 다녔다. 아픈 몸은 좀처럼 낫질 않는다. 기분 나쁘게, 속 끓이는 일들이 계속 있었다. 나는 몸이 아픈 이유가 스트레스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쉽게 지쳤고, 뭔가에 집중하는 일이 힘들어졌다. 영화 보는 것도, 책 읽는 것도 해내기가 힘들었다.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써낸 영화 리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영화를 보는 것이 힘들게 되니까, 글도 써내질 못한다. 그래도 글을 써야 하니까 이런저런 일상 글이라도 쥐어 짜 내어 수필로 만들었다. 그냥 글쓰기 연습인 셈이었다. 뭔가 제대로 된 글을 써내질 못한다는 좌절감은 늘 있다.

  올해는 수필에 이어 시를 써보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써왔었다. 집안 창고의 박스 어딘가에 그 노트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시인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소설이었다. 작가가 되어야지.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쓴 글로 벌어 먹고살 거야.

  "그런데, 작가가 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오래전, 나에게 그렇게 말하던 사람은 입가에 일그러진 미소를 흘렸다. 그래, 언젠가 네가 한 말을 되돌려 주마. 하지만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보니, 나는 그 애한테 여적지 그 말을 되돌려 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다. 다음 주에도 병원 예약이 있다. 늙음과 병고는 우울함을 몰고 온다. 노래를 더럽게 못부르는 밥 딜런은 자신의 노래에 개성을 입혔다. 그리고 근성으로 버텨냈다. 힘들어도 버틴다는 건 중요하다. 그건 전혀 즐겁지 않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면서 이를 악물어 보는 거다. 올해도 난 아플 거고, 써지지 않는 글을 부둥켜안으며 괴로워할 것이다. 어쨌든, 넌 너의 글을 써라. 나에게 하는 그 말을, 나는 지상의 어느 방 한 칸에서 외롭게 글을 쓰는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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