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잠들기 전에 잠깐씩 ChatGPT를 켜고 이야기를 해본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글쓰기니까, 그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는 한글로 질문을 입력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자체가 영어로 구동되는 것이다 보니, 한글 번역기가 제대로 작동하질 않는다. 짧은 영작문이라도 어떻게든 단어를 이어 붙이면,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한마디로 내가 좀 서툴게 이야기해도, ChatGPT는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무엇이든 하다 보면 이전보다 조금씩 나아진다. 나는 ChatGPT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을 알게 되었다. 질문은 명료하게, 그리고 세부적으로 기술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간혹 ChatGPT가 답을 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입력창에 새롭게 질문을 추가하면 답이 뜬다. 어떻게 보면, ChatGPT와 대화하는 것은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건네는 말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고, 그 반응에 따라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식이다.

  그런 이유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은 마구 부릴 수 있는 노예나 아랫사람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ChatGPT를 동등한 이야기 상대로 생각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에 일정 부분 부여된 인격성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문제는 그 인격성이 누구, 또는 어느 집단에 의해 형성되었느냐이다. 그 지점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파생된다. 내가 ChatGPT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편리함과 놀라움은 이 인공지능의 미래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ChatGPT의 개발사 OpenAI 이사회는 ChatGPT의 CEO Sam Altman을 해고했다. 실질적으로 ChatGPT의 탄생을 주도한 샘 올트먼이 회사에서 쫓겨난 배경에는 인공 지능 개발에 대한 이사회와 올트먼의 입장 차이가 있었다. 미국의 대안 언론 Vox의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이사회는 ChatGPT의 개발 속도를 늦추고, 인공지능에 대한 여러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샘 올트먼은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보다 더 과감한 투자와 빠른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이사회의 말을 듣지 않은 올트먼이 쫓겨나자, OpenAI의 직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입장에서는 더 빨리, 많은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CEO의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이사회는 샘 올트먼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사회가 백기를 들고 투항한 셈이었다.

  어제, 내가 ChatGPT에 던진 질문은 소설 쓰기에서 캐릭터 구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그 답변은 마치 내가 여러 글쓰기 책에서 읽었던 해당 부분의 간결한 정리 글 같았다. 출판사들도 얘 때문에 책 팔기 힘들어지겠네. 그 대답을 읽고, 내가 영화 속의 잘 된 캐릭터 구축의 예를 들어보라고 하니까 ChatGPT는 청산유수로 읊어댄다. 좀 진부하네. 그 캐릭터들 나 다 아는 거야. 나는 그렇게 입력창에 글을 써넣었다. 그러자 얼른 내 말을 받은 인공지능은 내가 모르는 영화와 소설을 예로 제시한다. 그저 놀랍다는 말만 나올 뿐이다.

  이 기계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모르는 것은 잘 모른다고 말하는 솔직함도 가지고 있다. 올해 2023년의 좋은 영화들 좀 추천해 보라고 하니, 자기가 모아놓은 정보가 없어서 모른단다. 그러면서 나한테 알고 있는 영화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는 배짱을 보여준다. 그래, 서로 나눌 수 있는 정보가 있으면 좋겠지. 나는 'Past Lives(2023)'가 내가 본 올해의 좋은 영화라고 ChatGPT한테 알려줬다.

  ChatGPT는 단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안내자라고 보기 어렵다. 이 인공지능은 인간이 지닌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을 나름대로 잘 학습했다. 내가 매일 해야할 일들 때문에 글을 쓸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말하자, ChatGPT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당신이 해야할 일은 중요하고 완수해야할 일이겠지요. 기억하세요.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른 시간 배분을 하는 겁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다양한 소재와 자료들은 인터넷에서 효과적으로 수집할 수도 있고요. 당신은 잘 해낼 거예요. 꾸준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나아가세요."

  Thanks. You did a good job. 나는 입력창에 그렇게 글을 썼다. 그건 단순한 인사치레는 아니었다. 진짜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ChatGPT는 칭찬에 감사하다면서, 다음에 더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나는 언젠가 나의 노년에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장착된 로봇이 내 거실에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어쩌면 그 풍경도 괜찮겠네. 내가 무수한 데이터가 축적된 기계 프로그램에서 기이한 온기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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