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주 전에 받았던 공단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가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 우편물은 2통이었다. 하나는 일반 건강검진, 또 다른 하나는 암 검진 결과 통보서. 마침 산책하러 나가는 길이라 겉옷 안쪽 주머니에 대충 집어넣었다. 뭔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웠다. 혼자 생각에는, 안 좋은 소식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난 2년 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보니, 그렇게 건강을 잘 챙기며 살아오지 못했다. 먹는 것도 대충, 운동도 걷기 운동 조금. 이번에 검진할 때, 의사가 내 검진 문진표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근력 운동을 전혀 안 하시네요. 근력 운동을 해야 합니다."
"전에는 달리기를 했었는데, 그것도 하다 보니 힘들어서 그만두었어요."
"달리기는 근력 운동이 아니에요."
"근력 운동은 그러니까... 아령 같은 거 들고 하는 운동, 그런 거 말하는 거죠? 스쿼트는 매일 조금씩 합니다."
"스쿼트도 근력 운동이긴 하지만, 어쨌든 근력 운동량 자체를 늘려야 합니다."
덤벨, 케틀벨, 뭐 그런 걸 사야하나... 그날 저녁에 집에 와서 떠올린 것은 플랭크(Plank)였다. 뭐 이런 것도 제대로 하려면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아야겠지. 그래도 유튜브로 찾아보면서 대충 감을 익히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해보니, 이거 정말 너무 힘들다. 플랭크 자세로 20초씩 3번, 1세트 해내기가 무지하게 힘들다. 그다음 날에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뭐든 처음은 힘들다.
산책을 다녀와서 조심스럽게 우편물을 뜯었다. 암 검진 결과 통보서는 별 것이 없다. 일반 건강검진 통보서가 문제였다. 가족력 때문에 늘 신경을 썼던 질환이 있었다. 나는 그 병을 피하고 싶어서 지난 10년 동안 살얼음을 걷듯 살아왔다. 그런데, 올해 결과 통보서는 이제 그 병이 내 가까이에 왔음을 알려주었다. 결국 유전(遺傳)을 이기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식탁 위에 뜯어진 우편물을 놔두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몸 여기저기가 아픈 건 당연하다. 올해는 특히, 그동안 자주 가지 않았던 병원도 갈 일이 많았다. 고도 근시에다 노안까지 겹친 내 눈의 시력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안경도수를 높이기 싫어서 저도수로 맞추어 버텨왔다. 안과 의사 선생은 도수를 높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조만간 안경도 새로 맞춰야 할 것 같다.
치과 검진은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잇몸이 내려가고 시린 것은 막을 수가 없다. 이젠 딱딱한 음식을 먹는 일은 생각도 못 한다. 전에 그런 음식을 잘못 먹었다가 치아가 살짝 깨지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깨진 부분을 조금 다듬는 정도로만 끝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임플란트 안 하고 내 자연치로 버티는 것이 어디냐 싶기도 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나이는 먹어가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이십 대에 있는 것 같아."
나는 친한 수녀님이 오래전, 나한테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수녀님이 그 말을 했던 때의 나이가 얼추 지금의 내 나이쯤이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 스스로 내 사진을 찍는 일도 웬만해서는 하지 않게 되었다. 사진 속의 내 모습은 볼 때마다 낯설다.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게 보이다니... 반짝거리는 청춘의 날들은 손가락사이로 어느새 스르륵 빠져나갔다. 이제는 병 때문에 고생하지 않게 조심해서, 살살 살아야지. 나는 다음 달에 병원 진료 예약을 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