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 아침 식사는 호빵 하나를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것으로 끝난다. 나이가 드니까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 먹는 것도 귀찮고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소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정해진 식사량에서 더 먹거나 하면 속이 부대낀다. 그러니 뭐든 조금만 먹고, 육류는 피하게 된다. 그런 나에게 호빵은 겨울나기의 필수 식량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호빵을 안 사 먹으려고 했다. 작년에 있었던 호빵 회사의 계열사 재해 사고 때문이었다.

 2022년 10월 15일, 평택 SPL(SPC 계열사)에서 20대 직원이 배합기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 소식을 글로만 읽어도 마음이 참담해지는 사건이었다. 그 일로 제조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었다. 불매 운동의 여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해졌다. 올해 2023년 8월에 같은 공장에서 또다시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왜 그 제조사에서는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가? 그러한 중대 재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작년의 사고로 사망한 직원은 2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남자 친구에게 자신이 해야 할 업무가 얼마나 많은지 문자 메시지로 토로하던 아가씨는 결국 그 일 때문에 죽었다. 사건 이후로 나는 그 회사의 제품은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회사 제품 대신에 살 수 있는 대체재가 없다는 데에 있었다. 빵으로 세워진 촘촘하고 거대한 산처럼, 그 회사는 식음료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과점의 빵이나 커피는 사 먹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호빵은 이 회사가 거의 유일한 제조사나 다름없었다.

  냉장고에는 세일할 때 사둔 호빵이 한 무더기나 있다. 나는 매일 아침 호빵을 먹을 때마다, 맛있다는 느낌과 이상한 죄책감이 혼합된 감정을 느낀다. 얼굴도 모르는 젊은 아가씨의 죽음이 내가 먹는 이 호빵에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나는 절대로 부인하지 않는다.

  '아니, 사람 하나 사고로 죽었다고 그 회사 제품을 불매한다느니 하는 게 우습네요. 그런 행동을 하면서 무슨 대단한 도덕군자인 양 굴어요. 물건이 좋고 자신에게 필요하면 사는 거지.'

  이 회사 제품을 불매하고 있다는 사람에 대해 누군가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그렇게 썼다. 그것이 그 댓글을 쓴 사람에게는 그렇게 우스웠던 모양이다. 타인의 윤리적 소비를 자신만의 잣대로 폄하하고 비웃는 그 사람은 과연 얼마나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범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제품을 아직도 불매한다. 최근 들어 그 회사는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홈쇼핑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그 회사의 제품이 올라온 것을 보고서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한 배상 책임을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호빵의 대체 상품이 없다는 사실은 젊은 나이에 죽은 여성 노동자에게 내가 느끼는 연민과 기묘한 병치를 이룬다. 그 처참한 사고의 기억은 호빵을 먹을 때마다 자동으로 소환된다. 나는 호빵 조각이 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이 호빵을 끊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책감도 함께 삼킨다. 아마도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언젠가 호빵을 먹지 않게 될 것이다. 정말이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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