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메일 박스에는 매일 이런저런 뉴스레터가 들어온다. 그 가운데에서 요즘 자주 다루어지고 있는 해외 뉴스는 마우이(Maui)섬의 산불(wildfire)이다. 도대체 무슨 산불이 섬의 대부분을 집어삼킬 정도로 무시무시한 걸까? 그리고 왜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는가? 나의 그런 궁금증에 미국의 대안 언론 'vox.com'은 명료한 설명이 곁들여진 기사를 보내왔다.

  원래 마우이의 산불은 연례적인 행사였다. 이 시기의 마우이는 건기에 해당하는 날씨이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서 일어나는 산불은 이제까지 마우이 섬에 심각한 위협을 준 적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여러가지 악조건이 겹쳤다. 첫번째 요인은 기후변화(Climate change)이다. 전지구적 기상 이변은 기후변화의 산물임이 명백해지고 있다. 마우이섬도 예외가 아니다. 해가 거듭할수록 마우이섬의 건기는 더 길어지고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일어난 산불이 치명적인 재난으로 돌변한 데에는 '바람'이 한몫을 했다. 마우이 섬 인근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지속적인 바람을 불어넣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는 속담은 매우 과학적인 명제이기도 하다. 바람과 만난 불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며 확산되었다.

  기후변화와 허리케인의 조합. 거기에 땔감을 더한 '풀'이 있다. 마우이 섬의 사람들은 원래 섬에서 자라고 있던 재래종 풀들을 제거했다. 그 풀들 대신에 심은 것은 빠르게 자라는 목초지용 풀과 조경에 적합한 잔디였다. 재래종 풀들 보다 더 잘 타는 그 풀들은 산불의 지속적인 연료가 되었다. 그러니까 2023년의 마우이 섬 산불은 자연재해와 인간의 탐욕이 겹친 결과물인 셈이다. 8월 21일 현재, 마우이 섬의 산불로 인한 사망자수는 114명에 이르고 있다.

  마우이 섬이 불타고 있는 동안 남미의 에콰도르(Ecuador)에서는 대선 유세중인 후보가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격으로 사망한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Fernando Villavicencio) 후보는 평소 마약 카르텔(Drug Cartel)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해 왔다. 총격의 배후에는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이 있다는 후속 보도가 나오고 있다.

  콜롬비아의 마약 갱단은 자국내의 마약 시장 확장을 넘어 이웃 에콰도르까지 진출했다. 그들에게 있어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지지율 5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유력 대선 후보는 아니다. 그럼에도 후환을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카르텔은 그런 암살을 감행한 것일까? 현재 에콰도르 경찰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기는 하다. 이 사건은 막강한 자금력과 무기로 무장한 마약 카르텔이 인근 국가의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카르텔'이란 단어는 이런 극악의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요즘 우리나라 뉴스에서 보이는 '카르텔'이란 단어 사용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미국에서 요새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는 '오펜하이머(Oppenheimer, 2023)'이다. 그런데 그 영화 보다 훨씬 오래전 영화 한 편이 뉴스의 중심에 등장했다. 산드라 불럭(Sandra Bullock)이 주연한 영화 'Blind side(2009)'가 그것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러하다. 운동에 재능이 있지만 가난과 불운에 갇힌 흑인 청소년 Michael Oher는 선량한 후원자를 만나게 된다. 백인 중산층의 가정주부 Leigh Anne Tuohy는 기꺼이 마이클을 돕기로 한다. 마이클은 투오이 부부의 적극적인 격려와 지원을 받아 미식 축구 선수가 되는 꿈을 이룬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산드라 불럭에게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되고 14년이 지난 지금, 영화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오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영화에서 봤던 이야기는 사실과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마이클 오어는 투오이 부부가 자신과 그들의 관계를 사실과 다르게 날조했고, 그것으로 만들어진 책과 영화로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오어는 투오이 부부를 상대로 법정 소송중이다. 이 소송과 관련된 뉴스들에서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투오이 부부가 마이클의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마이클이 가진 미식축구에 대한 재능이 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영화와는 달리 투오이 부부는 마이클을 정식으로 입양한 적이 없다. 투오이 부부는 책과 영화 제작으로 이어진 일련의 이벤트에서 상당한 금전적 댓가를 받았다. 문제는 마이클이 그 수익 분배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이제까지 난 그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진실을 밝힐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뉴스는 영화가 어디까지나 가공된 현실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말 그대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진짜가 아닌 '영화 같은 이야기'였을 뿐이다. '돈벌이가 될만한 이야기'에 대한 유혹이 진실을 왜곡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면 그것은 '사기극'이 된다. 개봉 당시에는 찬사를 받았던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이제 지난한 법정 소송의 배경으로 자리한다. 14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관객으로서 우리는 그 영화가 가리고 있는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사진 출처: voanews.com

불타고 있는 마우이 섬


대선 후보의 암살 사건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에콰도르



**사진 출처: themoviedb.or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