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의 일이다. 어머니를 산책시켜드리고 오는데 사고가 생겼다. 뒤에서 따라오던 어머니가 발을 헛디뎌 손목이 골절되었다. 정말이지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임을 실감했다.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으셨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니의 수술은 잘 되었고 이제는 깁스도 풀었다. 사고 당시에는 그저 당황스럽고 속상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러다 나는 문득 사고가 있기 일주일 전쯤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나는 커다란 대바구니에서 엄청나게 큰 뱀을 꺼내었다. 그걸 본 어머니는 놀라서 뒤로 넘어지셨다. 참으로 불길하고 이상한 꿈이었다. 어머니는 심한 뱀 공포증을 갖고 계신다. 그런 어머니가 꿈에서 뱀을 보고 그렇게 놀랐으니 결코 좋은 꿈은 못되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조심해야지...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 내 모친은 손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겪었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쓴다. 7월 1일의 일기에는 그날 새벽에 꾼 꿈을 적어놓았다. 내 이가 흔들거리며 빠지려는 꿈이었다. 이런 꿈도 역시 좋은 꿈은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알려주는 꿈, 예지몽. 그로부터 20일 넘게 몸이 아프고 좋지 않다. 병원을 오가며 약을 먹고 있지만 좀처럼 낫질 않는다. 이게 얼마나 더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좀 좋은 꿈 좀 꾸어봐. 로또 복권 당첨될 것 같은 꿈."

  내가 꾼 그 두 개의 꿈 이야기를 동생에게 들려주자 동생은 그렇게 말했다. 좋은 꿈은 꾸고 싶다고 꾸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안좋은 일에 대한 예지몽은 기가 막히게도 잘 꾼다. 그런데 한편으로 어떤 꿈은 슬프고 아련한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이다. 발인(發靷) 날 아침, 나는 잠깐 졸다가 꿈을 꾸었다.    

  그것은 마치 동양화의 풍경 같았다. 어슴푸레한 새벽 무렵이었다. 한복 저고리와 바지를 입은 젊은 남자가 산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남자의 앞쪽으로는 높다란 산들이 물결치듯 자리하고 있었다. 남자는 뒷모습만 보였다. 그는 허허로운 발걸음으로 길을 걸어갔다. 나는 그 남자가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아, 아버지가 저렇게 길을 떠나시는구나. 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가끔 아버지 생각이 날 때면 그 꿈이 생각나곤 한다. 잘 계시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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