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의 일이다. 학교 다닐 때 교양 과목으로 중국어를 1년 동안 들었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아시아권 학생들을 위한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듣다 보면 외국인 학생들을 종종 볼 때가 있었다. 중국어 수업에는 말레이시아의 화교 출신 학생들 몇 명이 들어왔었다. 중국어가 유창한 그 학생들이 중국어 수업을 듣는 것은 게임으로 치면 규칙 위반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강사 선생님은 수강 신청은 허용하되, 평가는 그 학생들 수준에 맞추어 시험을 따로 보는 것으로 했다. 그 친구들은 첫 수업 시간에만 들어오고 다시는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첫 시간에 수강생들은 간단한 자기 소개를 했다. 나는 유학생 한 명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타지에서 공부하느라 어려움이 많겠네요. 고향이 그립지 않아요?"

  앳된 얼굴의 남학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혀요. 거긴 너무 너무 더워요."

  그리고는 마치 그곳의 더위를 떠올리는 것처럼 몸서리를 쳤다. 그 화교 남학생은 쿠알라룸푸르 출신이었다. 아, 쿠알라룸푸르는 그곳 사람들 마저도 적응하기 힘든 더운 곳이구나. 우리나라의 날씨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던 그 학생은 고국에서 잘 살고 있을까? 내가 취미로 중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가 2년이 되었다. 가끔 오래전의 중국어 수업이 떠오른다. 쿠알라룸푸르의 무지막지한 더위를 상상하게 만든 그 남학생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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