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란 것이 있다. 어떤 일이 자꾸 안좋게만 풀려나가는 상황에 처했을 때 서양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그것과 같은 뜻의 우리말 속담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가 있다. 올해 들어서 나에게 생긴 이런 저런 일들을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생각난다.


  엊그제의 일이다. 책상 스탠드 전구의 한 귀퉁이에 금이 가버렸다. 마침 전에 사놓은 전구가 있었다. 교체를 위해 스탠드에서 전구를 빼내려면 소켓 연결 부위를 앞쪽으로 당겨야만 했다. 전구가 단단히 결착되어 있어서 빼는 데에 애를 좀 먹었다. 그렇게 전구를 빼놓고 새것을 소켓 연결 부위에 끼웠다. 이제 전구를 스탠드 안쪽에 밀착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전구가 스탠드에 딱 붙는 순간, 작은 유리 조각이 눈으로 튀었다. 아마도 사놓은지 오래된 전구의 유리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얼른 눈을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리 식염수로 여러번 눈을 헹구어 내었다. 거울로 이리저리 결막 쪽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눈 안쪽에 뭐가 들어있는 불편한 느낌은 나는데, 유리 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전구를 교체할 때, 안경을 쓰고 있었더라면 그 유리 조각은 안경알에 부딪혀 튕겨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전구가 잘 빠지지 않자 소켓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고 나는 안경을 벗어두었다. 맨눈 작업에 오래된 유리 전구의 불운이 겹치면서 결국 눈에 유리 조각이 들어가 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는 불운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는 이제까지 유리 조각 같은 것이 내 눈에 들어가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안과에 갔다. 의사는 유리 조각은 투명하기 때문에 그걸 찾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의사가 현미경을 들여다 보면서 눈꺼풀 안쪽을 면봉으로 살살 쓸어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반짝이는 흰색 유리 조각 하나를 빼내었다. 더이상의 조각은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각막에 상처는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에서 돌아온 뒤로도 눈에 무언가 있는 이물감과 통증이 계속 되고 있다. 아주 미세한 유리 조각이 아직도 결막에 남아있는 것인지 나도 알 수는 없다. 전구 갈다가 눈에 유리 조각이 들어가다니, 참 재수도 없지 싶다. 이런 안좋은 일을 겪을 때는 좀 달리 생각해야만 한다. 그래도 유리 조각이 각막에 박히거나 하는 것 보다는 낫다.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말이다.

  이 글을 세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1.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생리 식염수, 또는 흐르는 물에 눈을 씻어낸다. 2. 이물질이 들어간 눈은 비비거나 만지지 않는다. 3.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안과를 방문한다. 눈에 들어오는 순간의 유리의 느낌은 정말로 차가웠다. 그런 일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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