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친이 치매 진단을 받은지 1년이 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어머니의 치매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 매일 한 것이 있다. 바로 '인지 학습'이다. 인지 학습은 뇌 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학습 활동을 가리킨다. 낱말 풀이, 숫자 계산, 그림 그리기, 퍼즐 맞추기, 종이 접기와 같은 것이 그에 해당한다. 고시 공부 교재를 사들이듯 많은 교재를 사보고 어머니와 함께 공부를 해나갔다. 오늘 글은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사실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이 정확히 어떤 것인가에 대한 표준적 지침이나 학습 도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각 지역마다 있는 보건소 부설 치매 안심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지 학습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다. 그런 프로그램들도 아직까지는 시범 사업적 측면이 강하다. 인지 학습을 진행하려면 무엇보다 교재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거기에는 당연히 국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나는 보건복지부가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 교재 개발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쓰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의 향후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제 4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2021년-2025년)'에 있다. 그것은 선제적 치매 예방과 관리, 치매 환자 치료의 초기 집중 투입, 치매 돌봄의 지역 사회 관리 역량 강화, 치매 환자 가족의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확대, 이렇게 구성된다.

  거기에서 '선제적 치매 예방과 관리'와 '치매 환자 치료의 초기 집중 투입', 이 두 분야는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의료계는 인지 학습을 '인지 중재 치료'라는 이름으로 병원을 거점으로 한 치료 모델로 끌고 가려는 입장에 서있다(출처: 메디칼업저버 www.monews.co.kr의 2021년도 기사). 나는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을 '질병-치료 모델'에 끼워 맞추는 것이 그다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인지 학습을 병원에서 '중재 치료'로 시행하게 된다면 반드시 '의료 수가'가 매겨져야 한다. 수가의 문제는 정부의 한정된 의료 재정과 연결된다. 또한 치료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도 문제다. 의사가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을 직접적으로 주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마도 종합 병원급 이상 대형 병원의 경우, 임상심리사들이 치료팀으로 참여해 해당 학습 치료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병원 주도의 인지 중재 치료가 치매 환자에게 효과적일까? 병원에서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을 얼마나 자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은 매일 꾸준히 해야하는 것이 최상이다. 현재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은 주간 보호 센터, 보건소 부설 치매 안심 센터, 요양보호사에 의해 보조적으로 이루어지는 학습, 이러한 세 가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주간 보호 센터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인지 학습에 대한 인증을 받은 곳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주간 보호 센터는 그리 많지가 않다. 대다수의 주간 보호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인지 학습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일종의 개인 사업적 측면을 지닌 주간 보호 센터가 인지 학습과 관련된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일도 드물다. 요양보호사는 주로 신체 활동의 보조, 돌봄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 자격증에 인지 학습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치매 안심 센터의 경우 인지 학습 프로그램 자체는 무료로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수의 프로그램에 늘 신청자는 넘쳐 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치매 안심 센터의 인지 학습에 참여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치매 안심 센터의 프로그램 참여는 접근성과 이동 수단의 제한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환자의 보호자가 직접 환자를 매번 데리고 가서 학습 과정 동안 함께 해야 한다. 자가용이 없는 보호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환자와 동행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에 좀 더 나은 선택지가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자격을 검정하는 '청소년 상담사'처럼 치매 환자의 통합적 학습, 관리에 대한 국가 전문 자격증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현재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치매 환자의 인지 학습에는 체계성과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서 보건 복지부가 이 부분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전문 인력이 양성된다면 치매 요양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환자의 요청이 있다면 그러한 전문 인력의 치매 환자 가정 방문 학습을 지원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부분은 장기 요양 보험의 예산에 배정하면 된다.

  나는 정부가 장기적으로는 치매 환자의 가족 지원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치매 환자의 돌봄 서비스는 요양 보호사 파견과 기관에 대한 장기 요양 보험 예산 지원에 치중되어 있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치매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가족에 대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치매 가족을 돌보기 위해 가족 구성원이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면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이다. 아동 양육 수당처럼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 수당을 주고, 심리 상담과 같은 정서적 지원 서비스를 신설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나의 어머니와 우리 가족은 '치매'라는 낯선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길을 걷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의 지치지 않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이 길을 걷는 많은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국가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오늘의 이 글은 그런 생각에서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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