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달부터였던 것 같다.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나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 30분 정도 가만히 모니터의 화면을 바라보다 보면 첫문장이 써지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 1시간을 깜박이는 워드 프로세서의 커서만 들여다보다 컴퓨터를 끄는 날이 이어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영화 리뷰 한 편 쓰는 것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나중에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글쓰는 것을 마냥 미뤄두게만 되었다.
우연히 인터넷의 어떤 글을 읽다가 'Writer's Block'이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 구글로 검색을 해보았다. 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지난 1달 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음을. 글 쓰는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고질병 같은 것. 'Writer's Block'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전까지 글을 잘 써내던 사람이 글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일종의 잠시 멈춤, 중단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Writer's Block'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무엇 때문이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어쩌면 그 원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장벽을 맞닥뜨리게된 당사자일지도 모른다. 글을 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일 수도 있고, 글을 쓰는 공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상의 골치아픈 일들도 장벽의 벽돌이 된다. 문제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워낙 많다 보니, 해결책이라는 것도 각양각색이다. 그 가운데에는 자신이 쓰던 글의 장르와는 다른 것을 써보라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소설을 쓰던 사람은 시를 써보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다잡게 했던 조언은 이러했다. 어떻게든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어떤 글이든 하루에 조금씩이나마 써낸다. 그래서 나는 영화에 대한 글이 써지질 않으니, 오늘 이렇게 Writer's Block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내 앞에 터억 하고 자리잡고 있는 담벼락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없다면 하나씩 벽돌을 치워가는 수 밖에 없다. 당분간은 어떻게든 무슨 글이라도 써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한다고 마음먹었다. 포기하고 미루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혹시 지금 'Writer's Block'을 마주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