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Apocalypto
6편 Pretend Daddy

Season 1 완결

*이 글은 다큐 시리즈 'The Rehearsal'의 세부 항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양육 리허설의 파국: 5편 Apocalypto

  에피소드 5에서 네이선은 안젤라의 양육 방식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매우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 안젤라는 아들 아담도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가지길 바란다. 유대인인 네이선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이제까지 안젤라에게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선의 모친은 네이선에게 아담을 유대인으로 키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네이선은 아빠 역을 연기하는 자신에게도 아담의 종교 교육에 대한 권리가 있음을 새삼스럽게 인식한다. 안젤라는 네이선의 그런 의향에 동조할 생각이 없음을 밝힌다. 멜 깁슨의 감독 연출작 'Apocalypto(2006)'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안젤라를 보며 네이선의 표정은 굳어진다. 그 영화가 개봉될 당시, 멜 깁슨은 유대인 혐오 발언으로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네이선은 은밀하게 아담의 유대교 입문 교육을 진행한다. 그는 아담과 수영을 간다고 하고서는, 유대인 회당과 유대교인 가정 교사에게 데려간다. 그리고 집에 돌아갈 때는 아담의 머리에 물을 뿌려서 수영을 다녀온 것처럼 가장한다. 아담에게 거짓말을 시키는 일도 잊지 않는다. 사실 리허설의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동 연기자에게 리허설의 장면이라 하더라도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것은 괜찮은 걸까? 과연 아담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리허설이 만들어내는 현실과 허구의 모호한 경계는 아동의 현실 인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것은 이전에 6살 아담을 연기한 레미에게서 나중에 문제가 된다.


  네이선의 비밀 종교 교육은 가정 교사 미리암의 개입으로 전환점을 맞는다. 미리암은 네이선에게 더이상 회피하지 말고 안젤라와 맞서야 한다고 말한다. 네이선은 미리암의 도움을 받아 안젤라를 설득하고자 한다. 두 명의 강한 여자들이 각자의 신념을 내세워 대립하는 동안 네이선은 뒤로 물러서 있다. 이 리허설은 네이선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갈등을 싫어하고 회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안젤라에게 대항하기로 결정한 일은 리허설의 파국으로 이어진다. 집에서 찍은 영상 속의 안젤라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담의 엄마가 아닌 빈둥거리는 독신녀로 지내고 있었다. 네이선은 안젤라가 본인이 주인공인 리허설에 충실하지 않았다며 비난한다.

  "이 리허설의 진짜 주인은 바로 네이선 당신이에요. 내가 아니라."

  안젤라의 이 말은 어떤 면에서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안젤라는 아이가 좀 더 큰 다음의 양육 과정을 리허설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네이선은 십 대 청소년이 된 아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6살 아이로 되돌렸다. 그는 안젤라의 양육 방식에 도전했고,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졌다. 네이선은 단지 평화롭게 그럴듯한 아빠 역을 리허설하기로 한 처음의 다짐에서 벗어나서 진짜 유대인 아빠 네이선으로 변모해갔다. 분명 네이선은 이 양육 리허설을 현실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중이었다. 안젤라는 그런 네이선의 리허설 세계에 결별을 고한다. 마침내 네이선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아담과 크리스마스 대신에 하누카(Hanukkah, 유대교의 축제)를 축하한다. 홀로 남은 네이선의 양육 리허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2. 리허설은 끝나지 않았다: 6편 Pretend Daddy

  엄마 안젤라가 떠나도 양육 리허설은 계속 진행된다. 이제 6살 아이는 9살로 바뀐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6살 아담을 연기했던 레미는 네이선과의 이별을 힘들어한다. 레미는 네이선을 계속해서 '아빠(daddy)'라고 부르면서 울음을 터뜨린다. 레미의 엄마는 싱글맘이었다. 그 때문에 어린 레미는 네이선과의 리허설을 감정적으로 진짜처럼 받아들였을 것이다. 네이선은 당황한다. 도대체 자신이 이 리허설에서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마치 심리적 해부를 하듯, 네이선은 자신과 레미를 찍은 영상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문제를 파악하려고 애쓴다. 아이에게 거리를 두고 좀 더 냉정하게 연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진짜 6살 아이가 아니라 그 나이보다 성숙한 연령대의 배우를 썼다면 어땠을까? 네이선은 9살, 10대 청소년, 20대 청년 배우를 아담으로 분장시킨다. 심지어 인형까지 아담으로 분장시키고 매번 다르게 리허설한다. 그렇게 네이선은 레미와 보낸 시간을 복기해 본다.

  어린 레미가 겪은 혼란만큼이나 네이선도 감정의 미궁에 빠진다. 네이선은 레미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균열이 생긴 리허설의 세계를 수리하고자 하는 열망 사이에서 고군분투한다. 만약에 엄마 역의 안젤라가 있었다면 레미가 겪은 혼란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비로소 안젤라의 중요성을 자각한다. 그리고 안젤라를 가혹한 방식으로 자신이 밀쳐냈음을 깨닫는다. 네이선은 안젤라를 찾아가 사과한다.

  레미가 조금씩 리허설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동안에도 네이선의 자아 성찰 리허설은 계속 된다. 그는 레미의 엄마로 자신을 분장시키고 9살 아담 역을 맡은 아역 배우 리암을 레미로 분장시켜서 리허설을 진행한다. 네이선의 이 리허설은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기꺼이 여장까지 하고 양육 리허설의 문제점을 찾고 싶어한다. 그런 네이선의 바람은 놀라운 통찰로 이어진다. 네이선의 지독한 완벽주의와 뛰어난 아역 배우 리암의 재능이 만나 빛을 발한다. 네이선과 리암의 리허설은 마치 심리 정신극인 사이코드라마(psychodrama: 환자 내면의 문제점을 즉흥극을 통해 드러내도록 함)처럼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레미의 엄마가 된 네이선은 흐느껴 우는 아들을 부드럽게 달랜다. 아빠인 척 했던 남자(네이선을 지칭)가 결코 상처와 혼란을 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거듭해서 강조한다. 그러한 네이선의 모습은 레미에 대한 부채의식을 드러낸다. "그도 결점이 있는 한 인간일 뿐이란다." 네이선은 레미 엄마 역의 리허설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한다. 아역 배우 리암이 연기한 레미는 네이선의 진심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엄마는 아들을 따뜻하게 안는다. 네이선은 자신이 언제까지고 아들을 지켜줄 '아빠'라고 강조한다.

  "나는 엄마로 알고 연기하는 건데요?" '아빠'라는 단어에 당황한 리암은 속삭이듯 말한다. "아냐. 난 네 아빠란다." 리허설의 이 도발적인 결말은 짜릿한 감동과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네이선의 'The Rehearsal'은 딜레마에 빠진 누군가를 돕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의 리허설이 리허설을 의뢰한 이들의 삶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이 리허설이 네이선 자신에게 매우 유용한 작업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리허설을 진행하면서 현실에서는 좀처럼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했다. 거기에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 이혼남의 상처, 갈등을 회피하는 평화주의자, 그리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소망까지 포함되어 있다. HBO는 Season 2 제작을 확정지었다. 네이선 필더는 이미 Season 1의 6편으로 진정한 자신의 출세작을 만들어냈다.


*사진 출처: oregonlive.com


 

**The Rehearsal(HBO TV series Season 1, 2022)
  1, 2, 3편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8/the-rehearsal-hbo-tv-series-season-1.html
  4편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8/the-rehearsal-hbo-tv-series-season-1_29.html



***이 다큐 시리즈는 documentarymania.com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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