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큐 시리즈 'The Rehearsal'의 세부 항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4편 The Fielder Method


가짜 연기와 진짜 현실의 사이에서


  오리건의 집에서 안젤라와의 양육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네이선은 LA에 자신의 연기 강좌를 개설한다. 리허설 프로그램에 출연할 배우들을 채용하기 위해서였다. 네이선이 창안한 이른바 '필더 메소드'는 이러하다. 모방하려는 대상(primary)이 있고, 수강생은 그 대상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며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킨다. 수강생들은 정육점, 주스 전문점, 카센터, 건물 안내 요원과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현실 연기를 습득한다. '그건 스토킹(stalking)같은 건가요?' 처음에 수강생들은 네이선의 낯선 연기 방식에 당황하지만, 수업을 거듭할수록 '필더 메소드'의 핵심에 다가선다. 

  네이선은 자신이 직접 필더 메소드를 시연한다. 수업에서 무언가 불편해 보이는 수강생 '토마스'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재현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것을 위해 네이선은 토마스로 분장하고, 자신과 수강생들의 대역을 뽑아 연기 강좌 리허설을 진행한다. 그러니까 이 에피소드에서 네이선의 진짜 현실 강의와, 네이선이 토마스가 되어 참여하는 수업 리허설이 병치된다. 네이선이 토마스를 선택한 이유는 아주 간명하다. 네이선은 토마스의 모호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토마스가 필더 메소드 수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정작 수강생 토마스의 입장이 되고보니, 연기 수업의 모든 것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부담스러운 방송국 촬영팀의 카메라, 복잡한 양식의 촬영 동의서, 도대체 무얼 해야할지 모르는 이상한 연기 수업... 네이선의 '토마스 되어보기'는 수업을 리허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토마스를 하숙집에 머물게 하고, 자신은 토마스의 방에서 지낸다. 마치 인공 지능 컴퓨터가 데이터를 수집하듯 네이선은 토마스가 입는 옷, 먹는 음식, 좋아하는 취미, 그 모든 것을 체험하고 머릿속에 담는다. 그는 점차 모방과 조작의 달인이 되어간다.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네이선은 자신의 한계에 부딪힌다. 모방 대상에 대한 치밀한 관찰만으로 진짜 토마스의 행동과 감정을 예측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이 재현하려는 토마스가 단지 '추측(guess)'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과연 우리는 타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가? 네이선의 필더 메소드는 어쩌면 존재의 외양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분명 그가 고안해낸 리허설의 세계는 매우 놀랍고 창의적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가짜 연기와 진짜 현실의 명백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점은 안젤라와의 양육 리허설에서 잘 드러난다. 네이선은 안젤라와 아담이 있는 오리건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 아담은 15살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네이선에게도 이 상황은 낯설다. 이 리허설에서 그는 어린 아들이 십 대 청소년이 될 때까지 부재한 상태였다. 부자(父子) 사이의 유대감을 회복하기 위해 네이선은 아담과 대화를 나눈다. 아담을 연기하는 배우의 진짜 이름과 리허설의 아빠 네이선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묻는다. 배우는 네이선이 자식을 외면한 무책임한 아빠이며, 그래서 자신은 증오심을 느낀다고 대답한다. 그 장면은 연기와 현실의 거리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거기에서 네이선은 양육 리허설을 수정한다. 그는 아담 역의 배우에게 실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고 주문한다.

  그러자 아담은 폭주하는 십 대 약물 중독자가 되어버린다. 네이선은 마약 과다 복용으로 방안에서 쓰러진 아담을 발견하고 절규한다(물론 이건 다 설정이다). 네이선은 안젤라에게 아담을 다시 6살 아이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15살의 아담은 리허설에서 퇴장하고 다시 어린 아담이 네이선의 곁으로 돌아온다. 이 에피소드에서 관객이 만나게 되는 것은 리허설의 설계자 네이선의 진정성이다. 그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열렬한 호기심이 있다. 네이선은 리허설 세계에 자신을 밀어넣고 가짜로서 진짜에 도전하는 그 이상의 것을 성취하고자 한다. 아마도 어떤 관객에게 이 흉내내기의 세계는 그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거짓부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 결코 웃어버릴 수 없는 이 기막힌 리허설은 아직 2편이 더 남았다.   


*사진 출처: list23.com



**Nathan Fielder의 HBO TV series 'The Rehearsal' 1, 2, 3편 리뷰
https://sirius1001.blogspot.com/2022/08/the-rehearsal-hbo-tv-series-season-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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