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외딴 시골 마을, 막달레나의 어린 아들 헤수스는 갑작스럽게 작별을 고한다. 헤수스는 동네 친구와 함께 멕시코 북부로 향한다. 석 달 후, 헤수스와 동행한 친구는 차가운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막달레나는 이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다. 어떻게든 아들의 생사를 알아내야만 한다. 북부 국경 지대, 실종자 수색 센터에서 막달레나는 아들의 불에 탄 가방을 확인한다. 담당 공무원은 막달레나에게 아들의 사망을 인정하라며 서류를 내민다. 막달레나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아들이 죽었다면, 시신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아들을 찾는 막달레나의 고통스런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헤수스와 동네 친구가 왜 떠났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다. 2006년, 칼데론 정부가 주도한 멕시코의 마약 전쟁은 멕시코 전체를 폭력과 범죄의 온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마약 카르텔들을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전쟁은 초기의 목적과는 달리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정부의 공격을 피해 카르텔들은 공권력이 취약한 지방으로 침투했다. 북부에 집중되어 있었던 마약 카르텔들은 멕시코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 와중에 무수한 민간인들이 죽었으며, 구조적인 빈곤과 폭력은 더욱 심화되었다. 어린 청소년과 청년들은 갱단들의 조직 확장 과정에서 주요한 목표가 되었다. 마약 전쟁은 처음엔 멕시코 정부와 마약 카르텔과의 대결이었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는 갱단들의 치열한 세력 다툼 속에 민간인 희생이 커지는 양상으로 고착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난한 멕시코인들에게 미국행은 생존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막달레나의 아들 헤수스도 그렇게 북쪽을 향해 떠났다.

  영화는 막달레나의 눈을 통해 국경 지대 실종자 센터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곳은 마치 거대한 시체 안치소 같다. 컨테이너에는 시신이 담긴 검정색 Body Bag들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가족의 행방을 찾는 이들이 길다란 줄을 이루며 기다린다. 담당 공무원은 사무적인 태도로 냉담하게 그들을 대한다. 그곳에서 '실종'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국가 권력은 그저 사후 수습에만 급급한 무기력한 조직체로 비춰진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막달레나는 아들을 찾아나선다. 막달레나는 아들과 같은 버스를 탔던 남자가 살아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남자가 살고 있는 마을로 향하는 막달레나. 미국에서 이제 막 추방된 청년 미구엘은 동행이 되어준다. 미구엘은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가는 길이다. 막상 도착해 보니, 미구엘의 집은 불탔으며 어머니의 행방은 알 수 없다. 미구엘은 절망한다. 고향은 갱단이 지배하는 유령 마을이 되어버렸다.

  감독 페르난다 발데즈(Fernanda Valadez)는 막달레나의 여정에 초자연적인 공포 분위기를 덧입힌다. 미구엘과 함께 걷는 들판, 남자의 마을에 가기 위해 건너는 호수, 인적이 드문 멕시코 시골의 풍광에는 어딘지 모르게 위협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침내 막달레나가 만난 원주민 남자는 어렵게 입을 뗀다.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는 남자는 가족이 통역을 해주고, 그것이 영화의 자막으로 뜬다. 그런데 그가 갱단의 습격을 받고 목숨을 건지게 된 과정을 말할 때는 그 어떤 자막도 나오지 않는다. '악마'들의 행위로 묘사된 무시무시한 폭력과 살상의 이미지는 언어가 없어도 직관적으로 인식된다.

  영화의 마지막, 막달레나는 아들의 생사를 확인한다. 분명 아들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막달레나는 자신이 알던 아들의 모습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의미에서 막달레나는 아들을 잃었다. 영화 'Identifying Features(2019)'는 오늘날 멕시코에 만연한 구조적인 폭력의 실상을 고발한다. 공권력의 부재 속에 하층민들은 죽거나 다치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운 좋게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삶. 막달레나에게 닥친 비극은 마약과의 전쟁으로 시작된 죽음의 긴 행렬이 여전히 멕시코 국경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사진 출처: themovied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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