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을 다룬 두 편의 최신작:

Petite Maman(2021), Céline Sciamma
C'mon C'mon (2021), Mike Mills



  Céline Sciamma의 2021년작 'Petite Maman(2021)'에는 아픈 엄마를 걱정하는 어린 딸이 나온다. 꿈과 같은 환상 속에서 8살 넬리는 자신과 같은 또래가 된 엄마를 만난다. 이 영화는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다. 넬리는 '작아진 엄마' 마리온과 우정을 쌓아간다. 영화는 나름 소박한 감동을 주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영화 내내 떠나지 않았다. 왜 이 영화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가... 넬리의 아버지는 배경처럼 자리할 뿐이다. 넬리가 방문한 마리온의 집에는 남자가 없다. 마리온의 아버지, 그러니까 넬리에게는 할아버지가 되는 이의 존재는 처음부터 지워져 있다.

  'Petite Maman(2021)'에 감독 셀린 시아마의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동성애자 감독의 주요한 관심사가 여성의 서사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넬리는 할머니를 여읜 엄마의 상심을 위로하고자 애쓴다. 이 꼬마 아이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속이 깊다. 관객은 모친의 죽음이 넬리의 엄마가 지닌 내면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넬리에게 그런 엄마를 보는 일은 익숙했고,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돕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넬리는 엄마의 마음을 알고 싶다. 그런 넬리의 바람은 어린 아이가 된 엄마, 마리온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넬리가 마리온과 보낸 짧은 우정의 여정에서 넬리는 엄마의 우울과 불안의 근원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앓았던 병, 아버지의 부재... 그렇게 딸은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얻는다. 귀엽고 사랑스런 넬리의 환상 여행은 많은 딸들이 한 번쯤 떠올려 보았을 법하다. 우리 엄마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 'Petite Maman(2021)'은 바로 그 궁금증에 대해 셀린 시아마가 펼친 상상의 나래이다. 영화는 페미니즘 서사를 판타지 장르에 녹여낸다.

  딸에게 있어 엄마의 존재가 좀 더 살갑고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병풍처럼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넬리의 아버지, 삭제된 할아버지의 존재는 여전히 의문을 남긴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시경(詩經)'의 이 오래된 문장은 오늘날 성차별적인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이 문장에서 아버지는 자식에게 생명의 근원이 되는 존재이다. 그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셀린 시아마는 여성의 삶에서 어머니가 갖는 비중과 그 의미를 극대화한다. 영화는 마리온의 엄마(넬리에게는 할머니가 되는), 마리온, 넬리로 이어지는 모계 혈통의 영속성과 끈끈함을 강조한다.

  'C'mon C'mon (2021)'의 Mike Mills도 자신이 발견한 모성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호아킨 피닉스 분)는 여동생 비브와 소원한 사이이다. 둘은 생전에 치매로 고생했던 모친을 보살피는 문제를 두고 극심하게 대립한 적이 있다. 비브는 조니에게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남편을 보살피는 동안 아들 제시를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그렇게 조카 돌보미가 된 조니, 하지만 비브의 체류는 길어지고 조니는 제시를 보살피는 일과 해야할 직장일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낀다. 전국을 돌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조니는 제시와 여정을 함께 하기로 하는데...

  이 영화에서 극명한 변화를 보여주는 캐릭터는 '조니'이다. 독신남인 조니는 양육의 경험이 없다. 그런 조니에게 제시를 보살피는 일은 마치 부성(父性) 획득 퀘스트 같은 느낌을 준다. 감독 마이크 밀즈는 결혼과 양육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이 영화에 강하게 투영한다. 자기 중심적이고 다소 권위적인 면모도 있었던 조니는 제시와 함께 한 시간을 통해 '아버지됨'이 무엇인가를 학습하고 체득해 나간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것은 보살핌의 모성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영화는 조니의 여동생 비브가 어렵고 힘든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비춰준다. 치매 어머니의 간병을 두고 비브는 조니와 극심하게 대립했다. 이 남매 사이에 어떤 언쟁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이 장면의 사운드는 소거되어 들리지 않는다). 정신 질환을 가진 남편을 책임감 있게 보살피는 비브라면 아마도 어머니에게도 그러했을 것이다. 비브는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족이라는 관계망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비브가 사적 영역에서 수행하는 이러한 '보살핌'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여겨졌다. 오늘날, 그것이 국가와 자본주의의 영역으로 흡수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많은 여성들은 거기에 매여있다. 

  마이크 밀즈는 비브가 보여주는 그러한 노력과 희생을 모성성으로 치환하며 찬미한다. 조니의 미성숙함은 그러한 가치들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머니는 위대하며, 아이들이야말로 어른의 스승이다'를 영화는 시종일관 부르짖는다. 제멋대로인 꼬마 제시는 조니의 인생 학습을 돕는 선생님인 셈이다. 자기만 알던 독신남은 그렇게 인간이 되어간다... 조니는 감독의 분신인가? 이러한 작위적인 설정과 자의식 과잉의 캐릭터는 극에의 몰입을 방해한다. 실제 아이들의 인터뷰로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했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진정성에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셀린 시아마는 'Petite Maman'에서 의도적으로 아버지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이 영화에서 모성은 한 인간의 삶을 구동시키는 절대적인 원리가 된다. 마이크 밀즈의 'C'mon C'mon'은 여성의 모성이 가지는 가치를 관계 중심성으로만 한정짓는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보살피는 것. 그것을 위해 여성이 감내하고 치루어야 하는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설익은 이해를 보여줄 뿐이다. 최신작인 두 편의 영화는 모두 '모성'을 다루었지만, 절제와 균형 감각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사진 출처: themoviedb.or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