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EBS에서 하는 '비즈니스 리뷰'를 본다.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나와서 업계의 현황과 주요 흐름을 짚어준다. 나 같은 마케팅 문외한인 사람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초간결 마케팅 강의쯤 되겠다. 거기에서 들은 인상적인 일화가 있었다. 그날의 주제는 아마도 '고객의 필요를 파악하라'였던 것 같고, 예시로 든 것이 일본 신칸센의 어느 판매원 이야기였다.

  중년의 이 여성 판매자는 신칸센(
新幹線)에서 최고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판매왕이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차 한 량(輛)에서 파는 매출액이 대략 100만원을 웃돈다고 했다. 그러니까 기차 한 대를 열 량으로 보면 한 번에 천만 원대의 물건을 파는 이였다. 어떻게 이 판매자가 그런 매출을 올릴 수 있었을까? 그는 승객이 무언가를 주문하기 전에 제안을 했다. 예를 들어 아기를 안고 가는 여성 승객이 있으면 이렇게 말했다.

  "샌드위치는 아기를 안고도 한 손으로 먹을 수 있어요. 시장하시면 샌드위치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기 엄마들이 애를 보느라 식사를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관찰하고 그런 제안을 궁리해낸 것이다. 이 판매자가 올리는 기록적인 매출에는 고객의 필요를 끊임없이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그것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필요에 응답하고자 하는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다. 아니, 물건 팔아먹는 데도 진정성이 필요한가? 장사를 하는 이들, 그리고 기업의 주요한 목적은 이윤을 내는 것이므로 어떻게든 고객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오래전에 배우다가 그만둔 중국어를 다시 독학해 보려고 학습 애플리케이션을 이것저것 깔아보았다.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는 앱들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무료가 아니라, 광고로 범벅이 된 짜투리 컨텐츠를 제공해놓고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식이었다. 당신들이 우리 앱을 제대로 쓰려면 돈을 내야해요, 아님 광고를 열심히 봐주시던가... 앱 개발자가 자선사업가가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사용자들에게 합리적인 제안을 해야한다. 그런데 이건 아예 앱을 열자마자 광고를 들이부으면서 '이래도 공짜로 우리 앱을 쓸래?' 하는 것을 보고 아주 질려버렸다. 내가 본 어학 앱들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나는 그런 앱들이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사용자의 돈을 빼내기 위해 혈안이 된, 오만 광고를 퍼붓으며 짜증을 선사하는 방식.

  '우리는 당신의 어학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관심이 있습니다'가 아니라, '우리는 당신이 유료 결제를 하도록 만드는 컨텐츠 제작에 더 관심이 있답니다'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런 앱들... 무료로 그 앱을 쓰면서 너무나도 좋고,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고객은 진심으로 지갑을 열 것이다. 고객을 함께 성장해 나가는 진정한 파트너로 여기는 회사가 잘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마케팅을 1도 모르는 나의 생각은 그러하다.

  아, 물론 치열한 기업 마케팅의 세계에서 진정성이 항상 성공을 담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을 밑바닥에 깔고 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문득 글쓰기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로 좋은 글은 무엇일까? 늘 마음으로 고민하는 주제이다. 내가 가진 어떤 글쓰기 비법 책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작가는 교사이자 코미디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그 말은 좋은 글에는 유익함과 재미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내가 써왔던 영화글들에서 독자가 건질만한 나름의 유익한 지식들이 있었겠지만, 재미는 글쎄... 내가 코미디언이 되어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없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아마도 그런 재주가 있는 이들이 베스트셀러 작가이겠지.

  한 해동안 꾸준히 블로그를 찾아준 독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그다지 재미는 없는 글이지만, 글을 쓰는 이로서 '진정성'을 글에 담기 위해 늘 노력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새롭게 시작되는 내년 한 해는 그 진정성과 함께 '재미'도 더할 수 있는 그런 영화글을 쓰고 싶다. 독자 여러분들 모두에게 2022년이 복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글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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