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S 8부작 미니 시리즈 'Ken Burns: The West(1996)' 1편

1편 "The People" (to 1806)            1시간 22분


1. 들어가며

  존 포드의 '수색자(The Searchers, 1956)'는 수정주의 웨스턴(Revisionist Western)의 대표작이다. 존 웨인이 연기한 이든은 인디언에게 납치당한 어린 조카 데비를 찾기 위해 긴 세월을 보낸다. 이든이 인디언들에게 보여주는 인종차별주의적인 잔혹함과 적개심은 이전의 웨스턴 캐릭터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선한 백인'과 '악한 원주민'의 이분법적 경계선은 조금씩 흐려지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오래전, 미국 영화사 수업 시간에 나는 그 영화 '수색자'를 발표하는 과제를 맡았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이든이 데비를 찾는 데에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였다. 그는 어린 조카가 아가씨가 될 때까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감독이나 영화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인디언들에 대한 자료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당시 미국에 분포했던 여러 원주민 부족들이 그려진 지도를 펼쳐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점점이 흩어진 서로 다른 수십 개의 부족들이 미국 지도 속에 엉켜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켄 번즈는 미국 역사에 대한 일련의 다큐들로 명성을 쌓아왔다. 가장 유명한 10부작 미니 시리즈 'Jazz'를 비롯해 '남북 전쟁(The Civil War, 1990)', '금주법(Prohibition, 2011)'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새롭게 조망하는 다큐를 내놓았다. 공영 방송사 PBS와의 협업을 통해 방영된 그의 다큐들은 미국을 이해하는 교과서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8부작 'The West'로 미국 서부사를 살펴본다. 과연 '서부'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으며,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고 찾았는가? 영상으로 떠나는 이 여정을 통해 '서부'라는 공간이 미국인들에게 갖는 정신적 의미를 살피려고 한다. 그 작업은 문학과 영화를 비롯해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재현되는 그 공간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2. 출발

  1편에서는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에 살았던 인디언들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나사지(Anasazi)'는 그 지역 인디언들의 조상을 일컫는 나바호족의 말이다. '적들의 조상'이란 뜻의 이 말은 당연히 나바호족이 자신들의 조상에게 붙인 것이 아니다. 백인들에 의해 붙여진 이 말은 뉴멕시코 일대의 인디언 문화를 아우르는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다. 1528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30년이 지난 때에 스페인 선교사들이 멕시코 해안에 당도한다. 그 뒤를 이어서 온 이들은 무자비한 정복자들이었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황금의 땅으로 알려진 '7개의 도시'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1539년, '코로나도 원정대(Coronado Expedition)'는 황금을 찾는 탐사길에 오른다. 말이 탐사였지, 아나사지들에게는 학살과 공포의 날들이 이어질 터였다.

  총과 칼로 무장한 정복자들은 무시무시한 병도 함께 가지고 왔다. 천연두를 비롯해 홍역과 같은 질병에 의해 원주민들이 죽어나갔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손쉽게 그곳을 차지했지만, 곧 흥미를 잃었다. 그들이 열망하던 '황금'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1680년까지 뉴멕시코 지역의 인디언들은 스페인의 통치하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오래 이어진 가혹한 지배에 푸에블로인들(그 지역 인디언들을 통칭하는 말)은 반기를 든다. 여러 부족들이 스페인 통치자들에게 대항했고, 푸에블로 인디언들은 잠정적인 자유와 평화를 얻는다. 이제 그들은 멕시코 북부, 미국 서부 지역까지 자신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 살게 된다. 비옥하고 넓은 평원에서 그들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말'들을 키우며 번성했다.

  푸에블로 인디언들이 그렇게 평화로운 시기를 보낼 무렵, 신생국 미국이 기틀을 마련하고 있었다. 미국 서부 해안에는 스페인을 비롯해 러시아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주로 모피와 비버 가죽을 얻기 위한 무역상들이었다. 1776년에는 새로운 도시 샌프란시스코가, 1781년에는 로스 엔젤레스가 생겨났다. 그러나 미국은 동부 이외에 광활한 서북부 영토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그것을 위해 미국 정부에서 파견한 이들이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Lewis and Clark Expedition)'였다. 1805년, 원정대의 탐사가 종료되고, 탐사대의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은 서부로 눈을 돌린다. 그로부터 40년 후, 미국은 미개척지 서부의 모든 것을 손에 넣는다.



*사진 출처: usa.newonnetflix.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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