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 수거를 하다 보면, 어떤 건 어디다 버려야할지 애매한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쓰지 않는 전선줄 같은 것들. 줄의 외피는 플라스틱인데 그 안에는 금속으로 되어 있으니 대체 어디다 버려야 맞는 걸까? 'Welcome to Sodom(2018)'을 보면 그 답을 알 수가 있다. 그냥 전자 제품과 같이 버리는 것이 제일 낫고, 따로 버려야 한다면 금속에다 넣는 것이 맞다. 해마다 25만톤에 해당하는 전자 제품 쓰레기들이 불법적으로 이 나라에 폐기된다. 이 나라의 북부에는 그렇게 쌓인 거대한 전자 쓰레기의 대지가 있고, 그것을 쓸모있는 자원으로 다시 살려내는 일로 먹고 사는 이들이 있다. 그 나라는 '가나(Ghana)'다.


  크리스티안 크뢰네스와 플로리안 바겐자머가 만든 'Welcome to Sodom'은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로 그 주제가 꽤나 묵직하다. 소돔은 구약 성서에 나오는 부패와 타락의 도시다. 가나 북부에 위치한 전자 쓰레기 평야를 그곳 사람들은 '소돔'이라고 부른다. 그곳에서는 말그대로 어떤 지옥도가 펼쳐진다. 어른들은 전자 제품을 분해하고 전선줄을 태우며, 아이들은 부서진 고철이 떨어진 땅바닥을 자석으로 훑고 다닌다. 더이상 쓸 수 없다고 버린 전자 제품들이 그곳에서는 소중한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그곳의 풍경은 끊임없이 부수는 망치 소리와 화염, 그로 인해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유독 가스로 채워진다.


  "이 쓰레기들은 유럽에서 왔어요. 난 언젠가 그곳으로 가려구요. 여권도 만들어 놨어요. 여긴 아무 것도 없어요."


  쓰레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곳. 그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고, 소들이 쓰레기 더미를 헤치고 다니며, 아이들이 뛰논다. 이 다큐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나름의 경쾌한 운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망치 소리가 주된 배경음으로 깔리는 그곳 소돔에는 미친 설교자가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신의 심판을 부르짖는가 하면, 누군가는 즉석 공연을 하기도 한다. 쓰레기 수집상 래퍼는 자신의 일상을 랩으로 만들어 부르는데, 그는 소돔의 삶이 노래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가 노래를 시작하면 젊은이들의 춤판이 벌어지고, 어느새 쓰레기장은 클럽으로 변모한다. 


  천막 식당, 야외 이발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생수를 파는 물장사꾼도 있다. 이 다큐의 관객들에게 소돔은 현실판 쓰레기 지옥이지만, 그곳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도망자들에게는 그 어떤 걱정도 없는 안식처이기도 하다. 감비아에서 의대를 다녔다는 수집상은 자신의 나라에서 박해를 피해 도망쳤다. 그는 게이이고 유대인이다. 그런가 하면 우주인이 꿈인 어린 고철 수집가도 있다. 소년은 우주인이 되어 자신이 사는 땅을 멀리서 내려다 보고 싶다고 말한다.


  'Welcome to Sodom'은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들과 살아가는 이들의 여러 목소리들을 담아내면서, 지금 현재 전지구적으로 당면한 전자 쓰레기(Electronic waste) 문제를 조망한다. 관객들은 선진국에서 빈곤국으로 이동하는 폐기물들의 이면에 많은 비합법성과 불공정성이 존재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엄청난 전자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적 문제와 그것을 떠맡은 이들의 삶에 미치는 해악도 마주한다.   


  이 다큐는 촬영이 무척 좋은데, 사방이 유독가스에 온갖 소음과 냄새로 진동하는 그곳에서 어떻게 그런 안정적인 구도로 찍을 수 있었나 내내 감탄하게 된다. 핸드헬드로 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장면에서도 흔들림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소돔의 래퍼가 노래 부르는 장면을 찍을 때는 다큐에서 뮤직 비디오로 전환되는 것 같은 생동감과 속도감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다큐에서 그와 같은 장면은 나름의 볼거리와 영화적 리듬을 부여한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소돔의 전자 쓰레기들에서 나온 금속으로 그곳 철공소에서 커다란 냄비를 만들어 내는 장면이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쓰레기 지옥의 불에서 다시 태어난 순수한 금속이 다시 사람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은색 냄비를 만들어내기까지 누군가는 영구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유독 가스를 들이마셔야 했으며,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땅바닥의 고철을 찾으러 다녀야 했다는 것을 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쓰레기 지옥의 연금술사들이었다. 한 때는 사바나였던 곳은 앞으로도 쏟아지는 폐기물로 계속 덮이며, 소돔 사람들의 삶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다. 'Welcome to Sodom'은 그런 음울한 현실에서 관객들에게 전자 제품의 소비와 폐기에 이르는 그 전과정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촉구한다.


 

*사진 출처: welcome-to-sod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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