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연달아 영화 2편을 이어서 봤다. '프로포즈 데이(Leap Year, 2010)'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영화 케이블 채널에서 크리스마스 특집이라고 편성한 영화들이었다. '프로포즈 데이'를 보는데, 뭔가 예전에 본 영화들이 떠오른다. 그렇다. 이 영화는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1945)'와 '어느 날 밤에 생긴 일(1934)'를 묘하게 섞어놓았다. 식상하게 옛날 영화 베낀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괜찮은 배우들 데려다가 영화를 이렇게나 못 뽑아낼까, 하는 생각만 든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볼거리는 아일랜드의 수려한 풍광 뿐이다. 뭐랄까, 보고 나면 참 허무하다.


  그 시시한 영화를 보고 났더니 새벽 1시였다. 하단에 뜬 다음 영화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어차피 잠도 안오는데 저거나 또 봐야지 했다. 도대체 몇 번을 봤는지 기억도 안나는 영화다. 영화 중간중간에 얼마나 맥주 광고를 때려대는지, 냉장고에 맥주가 없는데도 냉장고를 한 번 열어봤다. 아무튼 그렇게 또 영화를 보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 정말 '완벽한 영화'다. 도무지 흠잡을 구석이 하나도 없다. 이번에 볼 때는 음악과 대사를 신경써서 들었는데,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좋았다. 다만, 케이블 채널에서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데 그냥 화면 잘라버린 것이 좀 황당하기는 했다. 셀린 디옹이 부른 'When I fall in love'가 얼마나 좋은데 그걸 중간에서 뚝 끊어버리는 이 영화 채널의 무지막지함이란, 참...


  그 영화 속의 눈부시게 빛나던 맥 라이언과 톰 행크스는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다. 톰 행크스는 진지하면서도 저렇게 코믹한 역할이 어울리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내가 보기엔 뭔가 잘 맞지 않는 진중한 역들만 줄구장창 찍었다. '로드 투 퍼디션(2002)' 같은 것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시쳇말로 그의 진정한 '띵작'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터너와 후치(1989)'도 그가 가진 희극적 재능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런 영화들을 좀 더 찍었어야 했는데, 아마도 톰 행크스는 아카데미 상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었나 보다 싶다.


  그렇게 영화 2편을 보고 났더니 성탄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올해의 성탄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어서 모두에게 참 많이 힘든 해였다. 내년에는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다들 견디고 있는 듯하다.


  블로그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석 달이 좀 넘었다. 매일 글을 쓴다는 일과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글이 생각보다 꽤 쌓였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이 때, 이곳을 기억해주고 찾아주는 독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새삼 전하고 싶어진다. 가급적 매일 영화나 미디어 관련 글을 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좀 힘에 부칠 때도 있다. 글이 잘 써지는 날도 있고, 잘 써지지 않아서 난감한 날도 있다. 그래도 무언가를 매일 만들어 낸다는 것,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독자 여러분들 마음에 평화가 기쁨이 함께 하는 성탄절, 그리고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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