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시대는 뭔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하는 중학교 3학년인 마코토.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죽음에 이르렀던 마코토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그 마코토의 내면에 깃든 영혼은 이전의 마코토가 아니다. 마코토와는 다른 영혼으로, 그는 6개월간의 새롭게 부여된 삶의 유예기간 동안 자신이 지은 전생의 죄를 기억해낸다면 환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렇게 마코토로 살게 된 가짜(?) 마코토는 천상계의 안내자 프라프라의 도움으로 낯선 지상의 삶에 안착하려고 애를 쓴다.


  하라 케이이치의 '컬러풀(Colorful, 2010)'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나 연출이 굉장히 영화적이다. 무려 2시간에 이르는 이 장편 애니메이션은 도입부에서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기 시작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청소년 자살'이라는 소재가 가진 무거움도 만만찮은데, 거기에다 원조 교제와 이지메 같은 일본 사회의 어두운 이야기도 들어있다. 


  마코토가 자살을 하기로 결심하기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프라프라는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에 온 '가짜' 마코토에게 자살 당일의 일을 설명해 준다. 마코토는 학우인 히로카가 원조 교제하는 남자와 모텔에 들어간 것을 보게 되는데, 마침 그곳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춤 선생과 같이 나오는 것도 목격하게 된 것. 다시 살아 돌아온 마코토는 그런 어머니에 대한 증오, 학교에서 친구 하나 없는 자신의 외로운 상황을 끌어안고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를 쓴다. 그런 마코토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곳은 미술실. 그림에 재능이 있는 마코토는 오직 그림을 통해서만 자신의 마음을 담아냈다. '진짜' 마코토가 그려놓은 미술실의 그림을 바라보며, '가짜' 마코토는 진짜 마코토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한다. 마코토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하고...


  6개월간의 유예 기간 동안 '가짜' 마코토가 전생의 자신의 죄를 기억해내지 못하면, 환생의 기회도 얻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상의 마코토의 삶도 끝나게 된다. 과연 '가짜' 마코토는 영혼의 그 수습기간 동안 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까? 그가 지은 전생의 죄는 무엇이며, 다시 살아난 마코토가 또 죽게 된다면 마코토의 가족은 어떻게 그 고통을 견뎌낼 것인가? '컬러풀'은 2시간 동안 그 이야기를 아주 우직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면서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매우 잔잔하면서 섬세하게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억지로 주어진 새로운 삶이 영 마뜩잖은 마코토는 새롭게 사귄 반 친구 사오토메에게 지금의 시대가 자신과 맞지 않다며 불평을 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지만 사오토메는 마코토에게 그렇게 말한다.


  "잘 맞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인생은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거겠지."


  '진짜' 마코토가 그려놓은 그림을 바라보면서, 오로지 아름다운 색의 물감만을 써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가짜' 마코토. 그는 어두운 색의 물감도 그림에 쓰이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에는 다양한 색들의 일들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여러가지 색을 써서 그리는 그림처럼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마코토의 기억도 같이 끌어안으며 현재를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 것이다. 


  '컬러풀'의 메시지를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자살하지 마' 라고 말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이 애니메이션은 말못할 여러 고민을 끌어안고 고통스러워하는 어른들에게도 깊은 감동을 준다.


  "삶은 원래 다 그런 거에요. 힘든 날도 좋은 날도 있는 거죠. 밝고 화사한 색의 물감을 써서 그리는 때도 있고, 어둡고 칙칙한 색이 쓰이기도 하구요. 그렇게 그리는 그림이 당신의 인생이에요."


  다 보고 나면, 마치 어깨를 조용히 두드리며 누군가 건네는 그런 따뜻한 위로를 들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사진 출처: movieforu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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