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 시몽의 다큐 'Le Concour(2016)'는 프랑스 영화학교 페미스(La Femis)에 들어오려는 학생들의 입시 과정을 담아냈다. 우리말 제목은 '프랑스 영화 학교 입시 전쟁'이다. 이 다큐는 영어 제목이 'The Competition'과 'The Graduation'으로 알려져 있는데, 학생 선발 과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The Competition'이 더 적절한 제목이다. 제목 그대로 2시간 가량의 이 다큐는 그야말로 프랑스 최고의 영화 학교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의 치열한 입시 과정을 보여준다.


  다큐의 첫 부분, 입시 서류를 제출하고 나서 학생들이 모인 강당에서는 필기 시험이 진행된다. 시험 문제로 나오는 영화 화면을 보니 일본 영화인데, 아오이 유우가 나오는 영화이다. 그런데 나는 다큐 보다 말고, 아니 저 영화는 무슨 영화인가 궁금해진다. 아무튼 그 많은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머리를 쥐어짜며 답안지를 작성한다. 그러고 나서는 각자가 지원한 분야의 실기 시험과 제출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면접 시험이 이어진다.


  사실, 이 다큐의 진정한 주인공은 학생들을 뽑는 면접관들이다. 페미스는 학생 선발에 있어서 학교 교수들 뿐만 아니라,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을 초빙해서 의견을 듣는다. 영화 평론가, 제작자, 다큐 감독, 배급 회사의 책임자 같은 이들이다. 필기 답안지를 채점할 때도 한 사람이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평가를 공개적으로 청취한다. 그래서 더러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학생을 정말로 뽑아야 한다구요."

  "아니, 우리가 같은 답안지 본 거 맞아요? 그건 정말 형편없는 글이에요."


  그런 과정들은 모든 입시생들에게 '평등'한 입시를 보장 하기 위한 것이다. 불어로는 egalite, 영어로 equality는 프랑스 대혁명의 구호에서 나왔다. '자유, 평등, 박애(Liberte, Egalite, Fraternite)'가 그것이다. 그러한 공화국의 이상은 영화 학교의 입시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이 다큐에서 보게 된다. 면접관들은 학생들을 평가할 때에 무엇보다 영화적 재능을 우선으로 하지만, 학생들이 가진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배경도 면밀히 살핀다. 평가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지닌 면접관들의 충돌은 당연한 것이다. 지원자 하나를 두고 극과 극을 달리는 관점차가 존재한다. 


  "이런 미친 학생은 페미스에 들어오면 안됩니다. 만약 이 학생이 들어온다면 나는 절대로 안 보고 피해서 다닐 겁니다."

  "그래도 영화적 재능이 있잖아요. 의사 소통 능력(communication skill)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해요. 영화 감독 가운데도 미친 인간들 많아요. 그들이 좋은 작품을 찍기도 한다구요."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의사 소통 능력이에요. 그게 없으면 말짱 꽝이에요. 영화 촬영 현장은 엉망으로 돌아가는데, 감독이 그걸 외면하고 장난감 가게로 도망가서는 장난감 사는 인간도 있어요. 정말 미친 거죠."

 

  다큐 내내 그렇게 학생들을 두고 이어지는 면접관들의 다양한 토론과 의견 청취 과정은 마치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특히, 후반부에 눈길을 끄는 지원자가 등장하는데 그에 대한 두 여성 면접관의 의견 대립은 너무나도 맹렬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 지원자는 직업이 호텔 도어맨이었다. 그는 힘들게 일하면서 어떻게 하다 영화에 매료되었다. 촬영 장비를 사서 이것저것 찍어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간 뒤에 면접관들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그 '도어맨' 지원자를 두고 이어지는 토론(이라고 적었지만 말로 하는 전투같다) 과정을 보는 것이 참 놀랍고 재미있다. 지원자의 계층적 배경까지도 고려하면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려는 면접관들의 모습은 '진짜 프랑스적인 가치'가 무엇인가를 헤아려 보게 만든다.




*다큐의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보다가, 필기 시험 출제 영화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속죄(2012)'였다.

**사진 출처: unifran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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