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는 마치 '레스트레포(Restrepo, 2010)'의 후속편 같다. Danfung Dennis의 'Hell and Back Again(2011)'은 아프간 전에서 부상으로 제대한 해군 나탄 해리스 중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리스는 교전 중에 오른쪽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그 때문에 제대로 걷질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만성적인 통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 여러가지 진통제를 비롯해 다양한 약들을 복용하고 있는데, 거의 한 뭉텅이에 가깝다.


  Danfung Dennis는 자신의 경력을 전쟁 사진 작가로 시작했다. 그러다 아프간 전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좀 더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다큐의 제작을 기획했다. 이 다큐는 해리스가 속한 부대를 따라 다니며 그가 직접 찍은 전투 장면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한마디로 그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격전지에서 목숨을 걸고 촬영했다. 나중에 해리스가 제대하고 나서는 해리스와 그의 아내 애쉴리가 어떻게 힘겹게 일상을 이어가는지를 약 1년에 걸친 시간을 함께 하며 화면에 담아냈다.


  이 다큐는 전쟁에서 귀환한 병사가 겪는 PTSD가 어떤 것인지를 영상으로 구현해낸다. 아무런 위협도 존재하지 않는 해리스의 일상 속에서도 고통과 불안, 두려움이 상존한다. 관객은 해리스가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끊임없이 아프간에서의 기억을 복기하고 있음을 다큐 내내 교차 편집되어서 등장하는 아프간 전투 화면들을 보면서 알게 된다. 집에서도, 마트에서 장볼 때에도, 아내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도 해리스의 내면에 수시로 침입하는(intrusive) 외상의 기억들은 마치 떼어낼 수 없는 망령 같다. 감독은 그렇게 해리스의 일상에서 전투의 기억으로 전환되는 부분에서는 의도적으로 기이한 효과음을 넣는다.


  대놓고 적대적이지는 않지만, 항상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결코 조력자의 위치에 있지 않는 주둔지의 아프간 주민들의 모습은 미군들에게 탈레반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지휘관은 주민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주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는 것이니 협조해 달라고 하지만, 냉랭한 표정의 현지인들은 미군이 와서 더 힘들다며 차라리 떠나달라고 말한다. 그렇게 출구없는 긴 전쟁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다쳐서 돌아왔다. 해리스는 살아남았지만, 그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은 버겁기만 하다. 부상의 후유증은 어쩌면 평생을 갈지도 모르고, 정신적인 고통도 그의 몫으로 남았다. 


  "결국 이렇게 걸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나마 좋은 점 하나는 그 빌어먹을 전장터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해리스는 다큐 끝 무렵에 그렇게 독백한다. 그는 자기 전에 침대 옆에 총을 두는데, 언제든 침입자에 대비해서 쏠 준비를 해놓아야 안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의 아내는 그의 곁에서 이내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해리스는 과연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 다큐는 그 질문에 대해 해리스가 부상을 입은 실제 전투 장면을 마지막 장면에 넣음으로써 답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해리스는 총을 맞았을 때를 회상하면서 하늘을 보며 천천히 숨을 쉬었다고 되뇌인다. 그렇게 지옥에서 귀환했건만, 그곳에서의 기억은 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감독 Danfung Dennis는 이 다큐로 2011년 선댄스 영화제의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과 촬영상을 수상했다. 다큐를 보고 나서 감독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비디오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려서 CEO가 되었다. 물론 명시적으로는 사진 작가와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는 이전의 경력을 더이상 이어가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그의 원래 전공도 응용 경제학과 경영이었다.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비며 사진과 다큐 작업을 했던 것은 한 시절의 경험으로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결국 이 다큐는 그의 유일한 작품이 되었다. 어쩌면 'Hell and Back Again'의 해리스처럼, 그도 한 때 자신을 사로잡았던 다큐라는 열정의 전장에서 냉엄한 현실로 귀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 filmmake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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