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뉴스를 보고 있는데, 하단 자막에 '일본 여배우 다케우치 유코 사망'이라는 기사가 빠르게 지나갔다. 뜻밖의 소식이라 무척 놀랐다. 오후 내내 뒤이어 나온 기사들에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아서는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비극적 죽음이 맞는 듯하다. 요새는 언론사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파급력을 생각해서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보도에 직접적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을 보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케우치 유코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의 여배우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영화를 보지 않은 나에게는 일본 드라마 '런치의 여왕(2002)'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 드라마에서 레스토랑 키친 마카로니를 운영하는 4형제의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 되는 나츠미 역으로 나온 다케우치 유코는 참으로 행복하게 빛나는 건강한 미소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아마도 그 드라마가 그녀에게는 진정한 출세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잠시 잊을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이전 드라마 출연작이었던 '데릴사위(2001)'에서도 그러한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매력은 잘 드러난다. 그 드라마에서 그녀의 웃음은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전해주는 그런 것이었다. 같은 해에 SMAP의 나카이 마사히로와 같이 출연한 드라마 '하얀 그림자(2001)'에서는 비련의 여주인공 역도 잘 소화해내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의사 나오에를 사랑하게 된 간호사 노리코 역으로 분했는데, 생의 희망과 따뜻함을 자신의 연인에게 전해주는 모습으로 감동을 이끌어 내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녀의 인생작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이겠지만, 내게는 그 영화가 이 여배우의 불행한 사생활의 전주곡처럼 여겨진다. 영화 출연을 계기로 부부로 맺어진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알려진 대로 불화로 점철되었고, 결국 남편의 외도로 종지부를 찍었다. 2005년에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함께 출연한 영화 '봄의 눈'은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별로였지만, 다케우치 유코의 연기도 피상적이고 도식적으로 보였다.
급하게 진행된 결혼과 출산, 이혼으로 이어진 사생활의 파고 속에서 이 여배우는 절치부심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장미없는 꽃집(2008)'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드라마였다. 비밀을 간직한 여주인공 역을 무리없이 잘 소화해낸 다케우치 유코는 배우로서의 경력을 이어나갈 힘을 얻게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이 배우의 출연작에 대한 관심은 거기까지였다. 그토록 열심히, 즐겁게 보았던 일본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이 그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경력이 어떻게 더 이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재혼을 했었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다케우치 유코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나서, 배우로서 꾸준히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츠마부키 사토시를 떠올렸다. 최근에 츠마부키 사토시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영화 '워터 보이즈(2001)'의 미소년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던 그가 어느덧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을 깨닫고는 새삼 놀랐다. 나는 그 배우가 자신의 외모가 주는 귀엽고 편안한 인상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넓히는지를 궁금증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아마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보고나서 그가 연기의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고, 배우로서도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그는 드라마 '런치의 여왕'과 영화 '봄의 눈'에서 다케우치 유코와 같이 공연했었다. 내가 알았던, 한 시절을 함께 했던 배우들 가운데 한 사람은 이제 세상을 떠났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미소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었던 배우 다케우치 유코. 그 미소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나름의 정신적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그가 떠나간 곳에서는 평안함 속에서 잠들기를, 작품 속에서 보여준 그 미소가 온전히 다케우치 유코 자신의 것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